씨 마른 최저 3% 금리 전세대출.. '주거 빚' 부담 갈수록 커진다

허지윤 기자 2022. 9. 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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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3% 전세대출, 전체 45개 상품 중 9개 불과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도 연 4.44∼6.4%
美 연준 기준금리 추가 인상 방침에 국내 대출금리 더 뛸듯
오는 11월 전세 만기를 앞둔 직장인 이 모씨 부부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연장 상담을 받고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연 3.1% 금리로 이용해온 전세대출 금리가 어느덧 연 5% 직전까지 치솟은 탓이다. 이 씨는 “지난 주 은행에서 전세 대출 연장 상담을 받았는데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대출 이자율이 연 4.82%로 나왔다”면서 “월급은 안 오르는데 주거비는 나날이 커지고 있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 부부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2년 뒤 입주할 예정인데, 내 집 마련의 기쁨은 잠깐이었다”며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빚을 내야 되는데 금리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창에 전월세 매몰이 붙어 있다. /뉴스1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거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대다수 소비자가 적용했던 금리 연 2%대 전세대출은 자취를 감췄고, 최저 금리가 연 3%대인 전세대출 상품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

22일 금융권 주요 현재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이 취급하는 45개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를 비교해본 결과, 전날 오전 집계 기준 대출 최저금리가 연 3%대인 상품은 9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30개)의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가 최저 연 4%대에서 시작했다. 그 외 5개는 최저 금리가 5%대였다.

그래픽=이은현

이달 전세대출 상품의 최저 금리는 연 3.45%, 최고 금리는 연 8.49%로 나타났다. 은행·저축은행·보험업계를 통틀어 전세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전세대출(변동금리)’로, 이날 집계 기준 금리가 연 3.45%였다. 단 이 상품의 대출 최대한도는 2억2200만원이다.

만약 전세금 4억원 중 55.5%에 해당하는 2억2200만원을 2년간 대출받을 경우, 금리 연 3.45%를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총이자는 1865만원이 된다.

그 다음으로 최저 금리가 낮은 상품은 경남은행의 ‘모바일 전월세자금대출(변동금리)’로, 최저 금리는 연 3.49%이고 최고 금리는 연 3.99%다. 이어 KB국민은행의 ‘KB주택전세자금대출(한도 2억2200만원)’와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한도 5억원)’의 최저 금리가 각각 3.75%, 3.79%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의 ‘DGB전세자금대출(한도 2억2200만원)’의 최저금리가 3.82%다. 신한은행의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로 전세자금 최대 2억22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신한전세대출’ 상품의 최저 금리는 3.95%다.

지난해 소비자들이 2%대 금리에 전세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금리가 크게 오른 셈이다.

더구나 전세대출은 거의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라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최근의 금리 인상을 체감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전세대출을 받고 있는 김 모씨는 “그동안 40만원 가량 내던 월 이자가 다음 달부터 80만원으로 늘어난다는 은행의 문자 안내를 받았다”면서 “이자가 계속 늘면 결국 월세를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대출 지렛대를 활용한 내 집 마련 실현의 벽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국내 시중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지난 20~2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올렸다.

이번 조치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현행 2.5%)를 0.5~0.75%포인트 웃돌게 돼, 한·미 기준금리는 다시 역전됐다. 통상 신흥국 금리는 미국 등 선진국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자산의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라 수신·여신 금리가 잇달아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올해 연말 7%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4.44∼6.40% 수준이다.

이달 은행·저축은행·보험사 등 금융권 51개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 최저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은 부산은행의 ‘BNK행복스케치 모기지론(변동금리)’으로, 최저 금리는 연 3.67%다. 그다음 부산은행 ‘BNK금리상한모기지론(변동)’이 최저 연 3.72%, CK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변동)’이 최저 연 4%, 삼성생명보험 주택담보대출(일반형·변동)의 최저금리가 연 4.02%다.

저축은행들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최고 상단은 10%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려저축은행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6.6%, 최고 연 9.9%이고, SBI저축은행의 ‘SBI온라인주택대출’ 금리는 최저 연 6.08%, 최고 연 9.78%다.

단, 이는 신용등급 3등급인 소비자가 최대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적용되는 각사 상품별 금리를 비교한 것으로, 개인별 신용점수에 따라 금리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픽=이은현

한편 금리가 올라 투자·대출 수요가 위축되자, 올 들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특히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대출 금리 상승에 따라 월세로 전환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수요가 줄고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이 영향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은 꺾인 반면, 월세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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