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녹색의 향연에 빠지다!

방민준 입력 2022. 9. 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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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이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코로나19 사태, 태풍의 내습 등을 이유로 약속한 라운드를 미루다 거의 두 달 만에 골프장을 찾았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모두 한참 말을 잃었다.

"두 달 만에 나왔다고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누군가 조심스럽게 던진 한마디에 모두가 동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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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방민준

 



 



 



[골프한국] 녹색이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코로나19 사태, 태풍의 내습 등을 이유로 약속한 라운드를 미루다 거의 두 달 만에 골프장을 찾았다. 7시를 갓 넘은 시각, 동녘 산 위 멀리 희멀건 태양이 떠올라 사위의 어둠이 완전히 걷힌 뒤 펼쳐진 1번 홀의 풍경에 모두 말을 잃었다.



 



잘 가꾸어진 9월의 잔디는 그냥 초록색이 아니었다. 경사에 따라, 잔디가 길고 짧은 정도에 따라.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정도에 따라 초록색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TV 중계방송으로 눈에 익은 오거스타 내셔널의 골프코스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진 느낌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모두 한참 말을 잃었다.



 



"두 달 만에 나왔다고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누군가 조심스럽게 던진 한마디에 모두가 동감을 표시했다.
"그동안 수없이 라운드했는데 오늘처럼 빛나는 초록을 실감하지 못했다니 믿을 수 없군."



 



비교적 색깔에 민감한 나는 거의 천국의 정원에 있는 느낌이었다. 눈이 닿는 곳마다 온갖 종류의 초록이 영롱하게 빛났다. 숲색, 정글색, 라임색, 네온색, 수박색, 올리브색, 옥색, 풀색, 국방색, 청록색, 에머럴드 그린, 쑥색, 황록색, 상록수색, 멜론색, 대나무색, 참다래색, 백옥색 등 색 분류표에 나오는 종류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 초록의 캔버스에 온갖 가을꽃들과 시든 잎들이 절묘한 점묘화를 만들어냈다. 구절초, 코스모스, 쑥부쟁이, 꽃 며느리밥풀, 개망초, 상사화, 꽃무릇, 잔대, 뚜깔, 큰꿩의 비름, 용담, 층꽃나무, 색바랜 불두화 등등. 그 위에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하늘과 깃털 같은 구름이 깊은 심연처럼 흐르고 있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으로 코스를 돌았다. 너무 마음이 들떠 부정확한 샷이 꽤 나왔지만 정교한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70대 스코어를 유지했지만 녹색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이런 코스에서 스코어에 연연한다는 게 부끄러웠다. 녹색의 호수를 유영한 듯한 특별한 라운드였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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