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성 "러시아에 무기 수출 안해..'무기 거래설' 미국 규탄"
북한 국방성이 22일 “우리는 지난 시기 로씨야(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반발했다.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미국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관여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은 담화에서 “미국이 어디서 주워들은 근거없는 ‘무기 거래설’을 내돌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우리 공화국의 영상(이미지)에 먹칠을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비열한 정치군사적 흉심을 추구하기 위해 함부로 반공화국 모략설을 퍼뜨리는데 대하여 강력히 규탄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며 “미국은 터무니 없이 우리를 걸고드는 망발을 내뱉지 말고 함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 나라와 로씨야 사이의 ‘무기 거래설’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하여 떠들고 있다”며 “군사 장비의 개발과 생산, 보유는 물론 다른 나라들과의 수출입 활동은 주권 국가의 고유하고 합법적인 권리이며 그 누구도 이에 대하여 시비질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조작해낸 불법무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조선 ‘제재 결의’라는 것을 애초에 인정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국방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북한에서 포탄·로켓 등 탄약 수백만발 구매를 추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밝힌 바 있다.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미 재무부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북한이나 이란의 기관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기관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것은 확실한 제재(결의) 위반”이라며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경우 추가 제재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빌미로 추가 제재를 시사하자 북한이 사실 관계를 부인하며 반발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내비치며 제재를 강하게 비난해왔다.
북한산 무기 구매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처한 무기 부족 등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지해온 북한이 나서 우회적으로 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관여하는 듯한 모습을 경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입장을 정치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 북한 자신이 군사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설은 애초 북한이 아니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북한 국방성 담화는 군부의 강력한 반발이 아니라, 유엔총회 기간 북한을 악마화하려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려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와 관련한 양국과 미국의 입장 발표에 대해 통일부 차원에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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