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고기 썰었다"···정육각, 500만원으로 창업해 작년 매출 400억 달성

방은주 기자 2022. 9. 22. 06: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재연 설립자겸 대표 21일 열린 '제 45회 도전과나눔' 조찬 포럼서 창업스토리 들려줘

(지디넷코리아=방은주 기자)정육각은 도축한 돼지를 1~4일안에 안방에 공급하는 '초신선 돼지'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설립자인 김재연 대표(30)가 21일 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이사장 이금룡)이 주관한 ‘제45회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강연을 했다. 김 대표는 정육각을 창업한 계기와 사업 내용, 조직 성장에 따라 찾아온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30분간 들려줬다. 500만원 임대서 시작한 정육각은 작년에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한국과학영재고와 KAIST를 졸업한 그는 두번째 창업 회사인 정육각을 설립해 농축산 식품 거래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며 지속성장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도전과나눔은 매년 3월과 9월은 주제를 ‘창업가의 시간’으로 정하고 젊은 창업가를 초청해 창업 철학과 성장 스토리를 듣고 있다. 이날은 '농축산업의 미래를 밝힌다'를 주제로 김재연 정육각 대표와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가 발표했다.

■ 정육각이 두번째 창업..."유학가려고 3개월만 하려고 했는데 6년째 하고 있어"

정육각은 30대인 김재연 대표가 두번째로 창업(2016년)한 회사다. 첫 회사는 대학(KAIST) 다니다 만들었다. 친구와 뜻이 맞아 2012년 'ANSWER&說'라는 인터넷 회사를 만들었다. 'ANSWER&說'은 주제어를 찾아주는 회사로 설립 후 1년간 매출이 제로였고 결국 문을 닫았다. 김 대표는 "이후 다시는 창업을 안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정육각도 창업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들려줬다.

실제 그는 대학 졸업(2015년) 후 유학을 가려했다. 유학 가기전 시간이 남아 어릴적 경남 하동 과수원에서 1년간 자라면서 맛봤던 지리산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하동을 찾았고, 집으로 돌아와 집 근처 도축장에서 사온 삼겹살을 이웃에 나눠줬는데 다들 "너무 맛있다. 어디서 샀냐"고 물어온 것이 정육각을 설립한 계기가 됐다. 그는 "유학으로 출국을 해야해 (사업을) 딱 3개월만 하려고 했는데 6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며 반색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21일 열린 도전과나눔 조찬 포럼에서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첫 창업회사는 'ANSWER&說'...사용자 1만명 모았지만 매출 제로로 문 닫아

김 대표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KAIST를 졸업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특이했다. 김 대표는 "수능을 못보게 했다. 대신 공부를 강요 안했다.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수능 준비를 안했지만 연구를 열심히 한 김 대표는 대통령과학장학증서를 받았고 KAIST에 들어갔다. 연구가 적성에 맞아 유학을 가려고 군대(카투사)도 일찍 다녀왔다. 모범생으로 중고등학생과 대학 초년생활을 한 그는 "군대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다양성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군대에서 사람과 사회를 보는 눈이 넓어진 것이다. 

첫번째 회사 창업전 그는 "돈을 많이 버는 곳"이라는 말에 한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컨설팅회사는 '코치'가 주력이다. 실제 행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에 깨달음이 빠른 그는 컨설팅 회사가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 KAIST 전산과 친구를 꼬셔 첫번째 창업 회사인 'ANSWER&說'을 만들었다. 텍스트로 물으면 주제어 형식으로 답을 주는 언어 기반 인터넷 회사였다. 사용자를 1만명까지 모았지만 무료 서비스다보니 매출은 제로(0)였다. 여기에 네이버가 '지식인'이라는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 김 대표는 "첫번째 회사를 폐업하면서 크게 느낀게 있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2월, 김 대표는 친구랑 모은 단돈 500만원으로 안양에 창업공간을 마련했다. 정육각의 시작이였다. "당시 수도권에서 15평을 임대하려면 2천만원, 3천만원이 들었습니다. 돈이 없다 보니 상권이 무너진 곳을 찾아 다녔다"면서 "보증금이 없어 3개월 월세를 미리 내고 겨우 공간을 마련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아침 6시에 물건(도축 돼지고기)이 들어오면 동업자 친구랑 둘이 풀타임으로 12시간씩 고기를 썰었다. 그러던 중 성장의 계기가 왔다. 네이버 농산물 직거래 카페에서 정육각이 "고기가 좋다"고 입소문이 난 것이다. 당시 세상 물정을 몰랐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고기를 써는 기계를 200만원 주고 사왔는데, 이를 가동할 전원이 맞지 않아 한번도 못썼다는 것이다.

기존 6단계 농축산 유통과정 3단계로 줄여...현재 7개 제품 소비자에 직공급

정육각은 기존 축산 시장의 '유통 문법'을 깨트렸다. 6단계 걸리던 과정을 3단계로 줄였다. 기존에는 농장->도축->육가공->도매->로컬 중도매-소매의 6단계를 거쳤다. 정육각은 뒷단의 세 단계를 없앴다. 농장->도축육가공->소비자의 3단계 과정으로 간소화했다. 이에는 IT의 힘이 컸다. 김 대표는 "돼지고기도 닭가슴도 도축 후가 가장 맛이 좋다"고 들려줬다. "냄새가 안나 좋다"는 정육각 서비스를 159번이나 사용한 소비자 후기도 소개했다.

현재 정육각은 도축후 1~4일된 돼지 고기를 비롯해 당일 산란된 달걀 등 7가지 제품을 소비자에 직접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졸업하자 마자 창업을 해 회사를 다닌 경험이 없다. 창업한 해인 2016년에 처음으로 칼을 잡아봤지만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 작년에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VC인 캡스톤파트너스가 투자해 한단계 도약...스마트공장 등 마련

.

정육각은 벤처투자사 캡스톤파트너스를 만나면서 한단계 더 도약했다. 캡스톤이 투자한 덕분에 2017년 현재의 스마트공장 버전1을 완성했고 이어 2018년에는 성남으로 이전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크게 뛰어 김포에 공장도 마련했다. 올해는 대상에서 초록마을도 인수하는 등 외형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강점은 수직계열화"라면서 "고기를 써는 것부터 배달까지 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캡스톤에서 투자받을때 제출한 1~4단계로 된 IR자료를 보여주며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각 단계(스테이지)마다 1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두 배 더 걸렸다. 지금은 스테이지 3을 넘어가고 있다"면서 "당시 물류는 안된다고 다들 말렸지만 꾸역꾸역 내재화했다. 계획대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수직계열화에 따른 직원 관리에 어려움...조직 단순화하고 권한 위임해 해결

그는 "사업 하며 어려운 점은 여전히  조직구조"라고 말했다. 정육각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가 성장의 한 축이다. 그러다 보니 공장 직원부터 개발자까지 회사에 다양한 사람이 근무, 이들을 평가하고 한 목표아래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육각은 현재 공장이 두 개다. 각 공장마다 100명, 총 200명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수직계열화에 따라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일하다 보니 성과 보상 등 조직을 이끄는데 어려운 점이 닥쳤다. 

같은 회사 직원이지만 공장 직원과 개발자에게 똑 같은 보상 체계를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면서 "각각의 팀들이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아 하나의 목표를 보고 시너지를 내는게 어려웠다. 수직 계열화가 장점이 있지만 이런 어려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가 시행한 것은 기능별로 조직을 단순화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거였다. 즉, 수직계열화한 500명의 전 직원을 브랜드, 팩토리(공장), 이커머스, 티커머스, 물류, 프러덕트 등 10개 오브젝트(Object)와 30개 기능(Function)으로 구분, 각각에 대해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리더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조직 구조를 바꾸니 성장률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런 조치를 취한 건 MZ세대 직원이 한 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 MZ세대는 김 대표에게 "대표님이 회사 성장의 병목이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생각해보니, 30개 업무의 의사결정을 CEO 혼자 하면 당연히 병목이 될 것 같았다. '경청의 리더'였던 그는 과감히 권한과 책임을 밑의 리더들에게 위임했다. "내가 가진 장점은 구성원들이 지적하는 걸 누구보다 빨리 수용, 개선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약점보다 우리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자는게 우리 회사 핵심 가치다.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해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육각의 7대 원칙...하나의 팀, 집요함, 항상심 등

글로벌 기업 미국 아마존처럼 정육각도 '7대 원칙'을 갖고 있다. ▲하나의 팀(신뢰를 바탕으로 지식과 생각을 교류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 창출) ▲합리적인(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근거들을 모아 당위성이 있는 의사결정을 함) ▲틀이 없는(기존의 틀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봄)▲진정성 있는(본질을 찾아 심도있게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를 진실된 마음으로 구현함) ▲집요한(높은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몰입해 깊고 끈질기게 파고들어 적당함이 아닌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항상심(꾸준하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추구) ▲기업가 정신(기회를 추구하고 기회를 포착하면 과감하게 도전) 등이다.

김 대표는 정육각의 미래도 설명했다. 역량의 통합화다. "정육각이 IT회사냐, 배송회사냐 구분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SR(주가매출비율)을 높게 가져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육각의 미래는 역량의 통합화다. 역량이 통합된 회사는 어느 산업군을 선택하더라도 2배~10배 넘는 PSR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신선 맛을 내기 위해 뒷단에서 여러 기술을 사용한다고 밝힌 그는 최근 화제를 모은 초록마을 인수에 대해서는 "우리는 온라인부터 시작했다. 다른 대형 유통사는 출발이 오프라인이다. 우리랑 푸는 문제의 출발과 방식이 다르다"면서 초록마을과의 시너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초신선과 함께 내부적으로 숙성 시험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지더라도 초신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조찬을 주관한 도전과 나눔의 이금룡 이사장은 GDP 개념을 만들어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 말을 인용해 "후진국은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농업과 농촌 발전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은 시골이 아름답다면서 "선진국이 되려면 농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 출신인 그는 도전과 나눔 슬로건이 설레이며 왔다가 감동받고 간다는 '설감'이라면서 "수요일날 열렸던 삼성 사장단 회의와 함께 한달에 한번 수요일에 열리는 도전과나눔이 대한민국에서 아주 중요한 두 조찬"이라고 말했다.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이 21일 열린 45회 조찬포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방은주 기자(ejbang@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