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P2E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송길호 입력 2022. 9. 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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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IT칼럼니스트]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Play to Earn)가 뜨고 있다. 이미 10대들 사이에선 이미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등의 게임에서 게임을 만들거나 아이템을 거래하며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P2E라는 키워드가 갑자기 뜨고 있다. 게임사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P2E를 부르짖으며 암호화폐로 돈버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재미를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소비적인 놀이 문화다. 그런 게임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게임 내 보상을 위해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희귀한 아이템 등을 서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게임을 하며 돈까지 벌 수 있으니 로열티높은 게임 매니아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다른 게이머들을 유인하고, 더 오래 게임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블록체인이 P2E에 적용되기 시작한걸까. P2E의 대표 게임 중 하나가 크립토키티다. 크립토키티는 고양이 모양의 캐릭터를 사용자간 거래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다. 이 캐릭터를 처음 소유하려면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암호화폐로 거래해야만 한다. 기존처럼 게임머니를 만들어 운영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를 도입한 이유는 이 고양이를 거래할 때만 블록체인 기술이 이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와 교배하고 합성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 분산원장에 고양이의 거래 내역과 소유권 그리고 교배와 합성 내역 등을 기록한다. 게임사의 서버에 남기지 않고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이유는 그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절대 위변조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게임사가 망하더라도 그 사용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된 P2E의 대표 게임은 엑시 인피니티라는 게임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이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게임을 재미가 아닌 수입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는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 플레이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전투를 통해 싸우며 SLP라는 내부의 게임머니(암호화폐 기반으로 개발)를 받고 이를 AXS라는 암호화폐로 환전해서 현금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캐릭터간 교배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면 이것을 NFT(대체불가토큰)화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NFT 캐릭터는 게임을 벗어난 곳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사용자간에 오픈씨라는 NFT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이렇게 기존의 게임머니나 아이템 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보장해주고, 게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술 덕분에 가능해지면서 전 세계 게임사들이 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내의 위메이드에서 개발한 미르4 글로벌 버전에는 게임 내의 자원인 흑철을 드레이코 토큰이라는 암호화폐로 바꾸고, 이를 위메이드의 위믹스라는 암호화폐로 환전할 수 있다.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게임의 활성화는 물론 암호화폐를 활용한 시세차익 등을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P2E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내의 아이템 거래를 위한 암호화폐와 NFT를 통한 캐릭터의 거래 과정에서 과도한 투기 세력의 탐욕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아이템, 캐릭터의 가치보다는 부수적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에 대한 욕심이 커지면서 P2E의 환상이 깨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2E 시장에 대한 게임사들의 기대는 여전하다. 메타버스와 웹3라는 키워드가 IT 산업에 새로운 기회의 바람을 불어다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블록체인 게임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는 것이 일부 게임사들의 당찬 포부다. 최근 넥슨, 엔씨가 가세해 블록체인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고 아틀랜드의 해적, 샌드박스, 엑시 인피티니는 여전히 P2E를 게임 비전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 새로운 게임 스타트업들의 블록체인 사업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P2E는 게임 업계 입장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속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게임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고 이제는 상향 평준화된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데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P2E는 게임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하기 충분하다. 2021년 한 해가 암호화폐와 NFT로 대변되는 P2E에 대한 막연한 기대 속에 너도나도 P2E를 외쳤다면 2022년은 암호화폐 시장의 냉각기 속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P2E를 접목한 게임의 실질적 성과와 암호화폐와 NFT를 통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성 그리고 게임 사용자들에게 주는 가치가 입증된다면 새로운 게임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게임의 유료화나 아이템 판매 외에 P2E를 통해서 NFT 아이템 거래 수수료,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와 암호화폐의 가치 증대를 통한 매출원의 다각화로 BM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P2E 시장이 성숙되기 위해서는 게임 규제와 법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대한 법률인 게임법에는 P2E 게임의 자산 형성과 환전을 통한 현금화 과정을 사행성으로 규정해 NFT나 아이템 유통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P2E 게임으로 사용자가 획득한 아이템이나 자산을 현금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국내 게임사들 역시 P2E 게임을 런칭하는데 있어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던 P2E 게임과 NFT 게임 32개를 적발해 퇴출시킨 것이 지난 7월이다. 또한, 위메이드의 미르4에 적용된 P2E 기능은 국내 버전에는 제외되었고 글로벌 버전에만 적용되고 있다. 넷마블, 넥슨, 앤씨소프트에서 적용할 P2E 게임의 핵심 기능인 암호화폐 자산과 NFT의 기능 역시 국내 버전에서는 빼고 해외 버전에만 적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P2E에 대한 보수적인 국내의 게임 규제는 글로벌의 표준과는 동떨어져 있어 미래 게임 산업의 중요한 패러다임이 될 P2E가 한국만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국내 게임사들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게임 사용자들의 경험과 가치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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