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태조이방원과 블록딜

고정삼 2022. 9.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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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선 '태조이방원'이 화두였다.

태조이방원은 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의 앞글자를 따서 조선의 3대 임금 태종 이방원에 빗댄 말이다.

실제 지난달 말 이후 태조이방원 업종 내 대표주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태조이방원의 초라한 퇴장에 앞서,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대주주와 임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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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최근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선 '태조이방원'이 화두였다. 태조이방원은 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의 앞글자를 따서 조선의 3대 임금 태종 이방원에 빗댄 말이다. 해당 종목들은 약세장 속에서도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 주도주의 면모를 과시했다.

해당 업종들이 주목 받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태조이방원의 약진이 벌써 끝났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이후 태조이방원 업종 내 대표주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주도주의 유효기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뒷맛이 씁쓸했다.

태조이방원의 초라한 퇴장에 앞서,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대주주와 임원들이었다. 이들은 주가 상승기에 자사주를 대량 매도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태조이방원 부진엔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의 대량 매도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지난달 말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82%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두산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9.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문가들은 블록딜에 따른 주가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통상 블록딜 주가는 종가 대비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확정되는데, 단기 차익을 노린 기관투자자들이 다음날 매도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은 블록딜 발표 전날에만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3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최대주주 이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 임원들은 주가가 한창 오른 이후 전고점 부근의 가격에서 자사주를 매도했다. 태양광 업종 대표주인 한화솔루션 임원들도 장내매도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했다. 대주주와 임원들이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 차익실현 목적으로 자사주를 내다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액주주 보호의 취약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기업들이 소액주주를 우습게 알고, 이들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불거진다.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릴 때와는 상반된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도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땜질식 처방의 한계인지, 금세 이를 우회하는 움직임들이 관찰된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급격한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미숙한 의식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970~90년대 경제 성장을 빠르게 이뤄내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다. 기업과 정부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뒷전으로 치부했을 때,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강하게 투쟁해야 했다. 이것이 현재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강성노조 탄생의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외형은 급격히 성장했는데, 그에 걸맞은 제도와 의식이 부재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 단체가 대주주의 집 앞까지 찾아가 항의 집회를 여는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문제를 개인들에게 맡겼다가, 향후 더 큰 문제가 나타날까 우려된다. 관련 제도를 바로 세움과 동시에 이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성장을 바라보고, 그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뒷받침될 때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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