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주가 3분의 1 됐는데..케이뱅크 IPO 운명은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코스피 상장을 위한 첫 단계를 통과했지만 시장에서는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3분의 1 토막이 난 마당에 케이뱅크가 원하는 공모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연내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내년에 본격적인 상장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 20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증시는 물론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쏘카에 이어 더블유씨피(WCP) 등 '조 단위' 기업공개(IPO) 기업들도 기관의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금리인상 등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요인들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케이뱅크가 원하는 목표 시가총액과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시가총액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업계에 따르면 KT그룹이 원하는 목표 시가총액은 최소 7조원이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케이뱅크의 IPO 규모는 4조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이뱅크의 국내 유일한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이 케이뱅크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 직후 9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1년으로 범위를 좁혀도 지난해 11월 30일 기록한 7만2300원(장중 기준)이 최고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이날 주가는 2만5050원으로 마감했다. 30조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11조9395억원으로 추락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238억원으로, 케이뱅크(457억원)의 3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시장에서 12조원 이하로 떨어졌는데 케이뱅크가 7조원 이상의 평가를 받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가 내년에나 공모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업가치 할인을 감수한 상장 추진은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구현모 KT 대표의 경영 구상과 맞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케이뱅크 상장과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에선 케이뱅크 상장을 당초 목표대로 올해 추진하지 않겠냐고 주장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구현모 대표 연임 이후 케이뱅크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내다봤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고객 수는 783만명이다. 지난해 말 대비 66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신(대출)과 수신(예적금)도 각각 1조6400억원, 수신은 8600억원 증가했다. 현재 여신 8조7300억원, 수신 12조1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수신 증가에 힘입어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4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225억원)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8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연간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상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정상적 영업을 가로막던 자본 확충 이슈와 대주주 적격성 위반 이슈 등도 모두 해소됐다. KT그룹 계열사인 BC카드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12.8%), 베인캐피탈(8.2%), MBK파트너스(8.2%), NH투자증권(5.5%) 등이 주요 주주다.
케이뱅크는 당초 연내 상장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7250억원 규모의 투자 지분에 대해서는 매도청구권이 붙었다. 케이뱅크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지분을 매입하는 조건이다. 상장 예심 통과로 케이뱅크는 6개월 이내인 내년 3월까지 코스피 상장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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