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처럼 'keeping at it'..연준 최종금리 5%대 올리나(종합)
일부 연준 인사들, 내년 금리 5% 전망
파월 "물가 잡힐 때까지 인하 없을 것"
볼커 의식한듯 'keeping at it' 표현 써
시장 '화들짝'..국채금리·달러화 폭등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파격적인 초강경 긴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강행하면서 거의 15년 만에 최고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내년 최종 금리가 5%까지 갈 수 있다는 연준 내 전망도 적지 않다. 당초 월가가 예상하지 못했던 레벨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초강경 매파 면모를 드러냈고,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특히 달러화 가치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연준 인사들, 내년 금리 5% 전망
연준은 20~21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를 3.00~3.25%로 7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14년8개월, 즉 거의 15년 만의 최고치다.
연준은 지난 3월부터 금리를 올린 이후 불과 반 년 만에 300bp 인상했다. 이번을 포함해 최근 세 차례 회의에서 모두 75bp 금리를 인상했다. 자이언트스텝 자체가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었는데, 이를 세 번 연속 강행한 것이다. 연준이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준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긴축이다.
연준의 공격 긴축 의지는 점도표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났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9명 중 6명이 내년 금리를 4.75~5.00%로 예상했다. 나머지 6명은 4.50~4.75%를, 또다른 6명은 4.25~4.50%로 각각 봤다. 최소한 4% 후반대까지는 인상할 것이고, 상황에 따라 5%대로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는 그동안 최종 금리가 높아야 4% 초중반대일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였다.
연준이 경제전망을 통해 내놓은 내년 기준금리 예상치는 4.6%로 나왔다. 6월 FOMC 당시 3.8%보다 무려 80bp 상향 조정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FOMC 위원 19명 중 가장 많은 9명이 올해 4.25~4.50%를 예상했다. 8명은 4.00~4.25%를 점쳤다. 최소한 4%는 넘을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전망을 통해 공개한 수치는 석 달 전보다 100bp 높은 4.4%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매파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계속해서 (강한 긴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가 떨어질 때까지 견디겠다는 의미의 ‘keeping at it’ 표현을 이날도 썼다. 이는 1980년대 초 초강경 돈줄 조이기를 통해 초고물가를 잡은 폴 볼커 당시 의장의 자서전 제목이다. 볼커처럼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잭슨홀 미팅 연설 때부터 이 표현을 줄곧 써 왔다. 그는 이를 의식한듯 이날 “잭슨홀 미팅 이후 나의 주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공급 측면에서 어느 정도 개선이 보였지만 실제로 물가는 내려가지 않았다”며 “우리 예상보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추후 더 강력한 긴축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연준은 자체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 달 전 5.2%에서 5.4%로 상향했다. 내년의 경우 기존 2.6%에서 2.8%로 올렸다.
파월 의장은 이와 함께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을 이전보다 크게 열어놨다. 그는 “이번 긴축 과정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면 장기 추세보다 낮은 성장세가 지속하는 기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석 달 전 1.7%에서 0.2%로 대폭 낮춰 잡았다. 0.2% 정도면 사실상 침체에 빠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 ‘화들짝’…국채금리·달러 폭등
연준 충격에 금융시장은 흔들렸다. 시장은 당장 오는 11월과 12월 FOMC의 금리 인상 폭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11월 75bp 올릴 확률을 60.2%로 보고 있다. 3.57~4.00%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다. 12월의 경우 4.25~4.50% 가능성이 63.4%로 가장 높다.
파월 의장은 추후 인상 규모를 두고서는 “가야 할 여정이 멀다”며 “(이날 나온 점도표에서 나온 수치가 4.4%라는 점에서) 125bp 추가 인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빌 족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75bp는 새로운 25bp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123%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전장 때 2007년 이후 처음 4%를 돌파한 이후 순식간에 4.2%에 근접한 것이다. 달러화 가치는 덩달아 치솟았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연준 정책 결과가 나온 이후 111.58까지 올랐다. 달러인덱스가 110선 위에서 고착화하는 것은 2002년 이후 볼 수 없던 일이다.
한편 연준의 돈줄 조이기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75bp로 더 벌어졌다. 한미 금리 역전이 길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장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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