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킹달러 잡자..올들어 60개국이 기준금리 올렸다

이용성 기자 2022. 9. 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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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례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어떤 나라가 금리를 올려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면 그 나라 생산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들도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똑같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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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례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화폐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금리인상이 소위 ‘킹달러’로도 불리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품 물가가 뛰고 무역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금리차가 커지면 자본 이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리 인상은 올들어 세계 각국을 강타한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도 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올 들어 전 세계에서 60개 이상 나라가 기준금리를 올렸다.

20일(현지 시각) 스웨덴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75%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0.7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1%포인트를 올렸다. 스웨덴중앙은행이 ‘울트라 스텝’을 단행한 건 1992년 물가 목표제를 시행한 이후 30년만에 처음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캐나다중앙은행이 올해 G7(주요 7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울트라 스텝을 밟았다. 캐나다는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연 0.25%의 초저금리였지만 3월 0.25%포인트를 올리며 금리 인상을 시작해 4·6월 두번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후 울트라 스텝(7월), 자이언트 스텝(9월) 순으로 6개월 사이 3%포인트나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월 0.5%포인트를 올려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난 뒤, 이달 8일에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두달 사이에만 1.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작년 말과 비교해 영국은 0.25%에서 1.75%로, 호주는 0.1%에서 2.35%로 각각 금리를 끌어올렸다. 호주는 6월부터 넉달 연속 빅 스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선진국에서 오랫동안 유지된 0%대 초저금리가 일본만 제외하고 사라졌다.

올해 주요국 기준금리 변화. /조선DB

올해 각국이 금리 인상으로 각자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올리는 것은 과거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마다 통화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해 애쓰던 과거의 ‘환율전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이를 ‘역(逆)환율 전쟁’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역환율 전쟁으로 선진국들의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남아시아 국가들의 연쇄 부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이미 부도 상태에 빠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달러(약 4조원)를 긴급 수혈받았다. 파키스탄 통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33% 넘게 평가절하됐다. 방글라데시 통화는 17%, 라오스 화폐는 30% 넘게 밀렸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 방어에 안간힘을 쓰면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캘리포니아대(버클리교) 교수는 21일 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상하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떤 나라가 금리를 올려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면 그 나라 생산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들도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똑같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결국 모든 나라가 물가상승과 경기둔화의 부작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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