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이 맛 안나죠?" 한마디에 손님 귀 팔랑~ 만두 안 사고 못 배겨요

진영화 2022. 9. 2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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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판매왕 이백금·권정현·이지현 명장
높은 매출 달성한 판촉직원
매년 심사 거쳐 명장 임명
마트 직원 친분 쌓기는 기본
매장 옆 원룸 살며 현장 파악
소시지 잘 굽는 법 고민하고
관공서·맛집 돌며 영업도
CJ제일제당센터 CJ더마켓에서 CJ엠디원 명장 3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백금, 권정현, 이지현 명장.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가장 중요한 건 현장 장악력입니다. 마트 내 사정을 100% 파악해야 합니다. 반찬류를 사는 고객은 몇 시에 오는지, 어디에 어떤 물건이 진열돼야 더 많이 팔리는지, 단골 손님의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을 더 빨리 파악하기 위해 매장 옆에 원룸도 계약했습니다."

대형마트의 제품 진열 담당자가 한 말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의 판촉직원 자회사인 CJ엠디원 소속 사원 이백금 명장(52)이 밝힌 업무 노하우다. 명장은 회사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판촉직원에게 수여되는 호칭으로, 사내에선 '일당백(一當百)의 전사들'로 불린다. 롯데마트 여수점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그의 주요 업무는 부수적인 판매대 확보다. 마트 판매대는 통상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들이 진열되거나 값을 치러야 판매 공간을 얻어낼 수 있지만, 그는 이를 무상으로 얻어내 비비고 만두 등 자사 제품 매출을 높인다.

"마트에 상주하다 보면 빈 공간이 보이는데 이곳을 선점해 우리 제품을 깔아놔야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평소 마트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며 점장, 마트 직원과 관계를 쌓습니다. 누구도 제가 부지런한 것만큼 따라오지 못합니다." 2012년 그가 입사할 당시 이 매장의 CJ제일제당 제품 매출은 월 500만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월 7000만원으로 뛰었다.

'명장 제도'는 CJ엠디원이 판촉직원 중 장기간 높은 매출 성과를 낸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2018년 시행한 포상 제도다. 매년 3월 경영진과 기존 명장으로 구성된 심사단이 심층 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추린 뒤 명장 임명과 함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제도가 있기 전만 해도 판촉직원들은 팀장 승진을 한 이후 동기 부여를 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최상위 그룹을 만들어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낸 것이다. 지금까지 명장 칭호를 받은 이들은 전체 2400여 명 중 37명(약 1.5%)에 그친다.

이마트 파주운정점에서 시식 등 행사 직무를 맡고 있는 권정현 명장(56)은 사내에서 '1등 직원'으로 유명하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회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직원마다 몇 개 제품을 팔았는지 이름과 순위가 공개되는데, 그가 1위를 놓친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가 털어놓은 영업 비밀은 우선 승부욕이다. "두 달 전 소시지 제품이 출시됐는데 첫날 전국 7등을 해서 열이 확 받았습니다(웃음). 회사 지침대로 소시지를 한꺼번에 굽는 방식으로 시식을 준비하니 손님을 끌어모을 수 없었고, 집에서 맛있어 보이게 굽는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식감을 느낄 수 있게 3~4개씩 굽고, 살짝 칼집을 내니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더라고요."

그가 꼽는 또 다른 강점은 '수다'다. '세일즈 토크(sales talk)'를 개발해 고객에게 말을 건네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식하러 다가온 고객에게 자주 하는 말은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이 맛 안 나죠?'라고 했다. 권 명장은 "고객들 중 마트 시식 코너에서의 맛과 집에서 조리할 때 맛이 다르다고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다"며 "한 명 한 명 제가 개발한 팁을 전달하면서 안 살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지나가면 사탕을 주면서 '엄마 모셔 오면 하나 더 주겠다'고 유혹하는 것도 비법 중 하나"라며 웃었다.

주어진 판촉 업무를 넘어 자발적으로 가욋일을 하는 명장도 있다. 2001년 입사해 20년 넘게 부산권에서 근무 중인 이지현 명장(57) 얘기다. 그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관공서·중소기업 등을 돌며 영업을 뛴다. 그렇게 얻어낸 성과는 월평균 1400만원으로, 일반 영업사원의 실적을 뛰어넘는다. 이 명장은 "관공서의 도시락 기부 행사 담당자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2시간을 기다려 구입한 포켓몬빵을 선물했다"며 "이렇게 실적을 '따내는 것'이 재미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서 일한다"고 말했다.

유명 맛집에서 활용하는 제품을 CJ제일제당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공을 들이기도 한다. 부산의 한 유명 전복죽 가게의 참기름을 교체하기 위해 3년간 단골 고객 일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명장은 "유명 음식점은 웬만하면 재료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가족끼리 돌아가며 가게를 방문해 관계를 맺었다. 한 번은 중국 단체손님이 한꺼번에 와서 일이 많길래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부터 설거지까지 다 도와줬다. 그러다 식당 주인에게 '참기름 바꿔볼게'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쾌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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