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미어 제왕, 지식포럼서 '인본주의적 자본주의' 알린다

이영욱 2022. 9. 22. 0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CEO 브루넬로 쿠치넬리
"사람은 모두 공정해야 한다"
인본주의 경영철학 적극 실천
"진짜로 쉬어야 창의력 나와"
직원들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고
퇴근후엔 이메일 답신 금지시켜
지식포럼서 경영철학 공개
"인간이 모두와 함께할 수 있는
새 사회적 계약 만들자" 강조
브루넬로쿠치넬리 본사 전경. [사진 제공 = 브루넬로쿠치넬리]
"나는 모든 것이 단순한 이익으로 귀결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돈은 인간의 삶과 성장을 개선하는 데 쓰여야 가치가 있고, 이것이 내가 이루기 위해 애쓰는 최종 목표입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쿠치넬리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브루넬로 쿠치넬리(사진)가 평소 강조하는 부분이다.

캐시미어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브랜드 브루넬로쿠치넬리는 최고급 품질과 장인정신으로 만든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한 벌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브루넬로쿠치넬리는 특유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으로 더 유명하다.

인본주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쿠치넬리는 20~22일 열리는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창조와 함께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 오너가 될 수 있었던 그만의 경영철학을 공개할 예정이다.

쿠치넬리는 1953년 페루자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쿠치넬리의 가족은 농장에서 힘들게 일했고 도시로 이사한 뒤에도 그의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로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 쿠치넬리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도덕적·경제적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꿈을 키웠다.

쿠치넬리는 건축 측량사 학위를 취득한 뒤 공학부에 진학했지만 곧 중퇴하고 1978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작은 캐시미어 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캐시미어를 선택한 이유는 캐시미어가 고급 소재이면서도 친환경적이기 때문이었다.

쿠치넬리는 캐시미어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소재이고, 캐시미어 제품은 한번 구입하면 쉽게 버리지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일푼이던 그는 당시 50만리라(약 37만원)를 대출받아 컬러풀한 캐시미어 스웨터를 제작해 선보였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1982년 아내의 고향인 솔로메오로 이주한 쿠치넬리는 14세기 건축된 솔로메오 마을 성곽을 매입해 브랜드 본사를 설립했다. 쿠치넬리는 솔로메오란 작은 마을을 재건하고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학교와 교회, 극장과 도서관을 짓고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각종 시설을 만들면서 쇠락했던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다.

솔로메오는 브루넬로쿠치넬리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주민들과 브랜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솔로메오에서 이탈리아 장인들이 만든 고품질의 캐시미어 제품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고 쿠치넬리는 '캐시미어의 제왕'이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쿠치넬리는 인본주의적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크라테스에서 세네카와 칸트에 이르기까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성 베네딕토에 이르기까지 저는 매일의 길에서 위대한 사람들의 말씀을 귀담아듣습니다. 저는 수공예품의 품질과 아름다움을 믿습니다. 인간성이 없이는 그 어떤 품질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쿠치넬리는 많은 사상가의 책을 읽으며 영향을 받았고, 이는 '인본주의적 자본주의'라는 쿠치넬리만의 경영철학을 확립하고 실천하는 데 근간이 됐다. 그는 사람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인류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하며 모든 사람이 공정한 것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치넬로의 이런 생각은 경영에도 반영돼 있다. 직원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에만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퇴근 이후에는 전자우편에 답신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진짜 휴식을 취해야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상품은 인류를 해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도 그의 굳은 믿음 중 하나다. 한번 사면 쉽게 버리지 않는 옷, 손자·손녀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옷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게 그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화두가 되면서 쿠치넬로의 경영철학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주요 20개국(G20) 로마 정상회의에 초청돼 세계 지도자들과 당시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에게 '인본주의적 자본주의와 인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발표하기도 했다.

쿠치넬리는 올해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사전 녹화영상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경영철학을 참가자들과 공유한다. 쿠치넬리는 인간이 대지, 공기, 물고기, 동물, 하늘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