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올 겨울 스토브리그도 '불멍'만 때릴 것인가

윤정길 기자 2022. 9.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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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 희망은 아직 끝이 난 것은 아니다. 20일 기준 롯데는 8위에 처져 있다.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KIA 타이거즈와는 3경기 차로 벌어져 있다. 6위 NC 다이노스, 7위 삼성 라이온스도 각각 1.5경기, 2.5경기 차로 KIA를 뒤쫓고 있어 가을야구의 마지막 초대권은 시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살엄음판 경쟁이다.

하지만 얼마전까지 단독 6위 위치에서 5위 싸움을 이어가던 롯데가 최근 KIA의 8연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순위가 더 떨어진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시즌 시작 전 전문가들은 롯데를 ‘만년 약체’ 한화 이글스와 ‘2약(弱)’으로 꼽았다. 이런 진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인데 이어 시즌 초반인 지난 4월 활활 타올랐다. 한때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정도로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보다 내부 육성을 강조한 ‘성민규표 야구’가 빛을 보나 했다. 많은 팬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었다. 다시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로의 도돌이표였다.

롯데의 추락에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뒤늦은 교체, 주전의 줄부상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토브리그 때 전력 보강이 없었던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특히 전력 누수가 발생했던 외야와 유격수, 포수 등 세 포지션은 시즌 내내 롯데의 구멍이었다.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stove league)에서 롯데 구단이 내부 육성을 내걸고 그저 스토브(stove) 앞에서 ‘불멍’만 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은 이미 시즌 초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손아섭이 NC 다이노스로 떠나면서 생긴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고승민 추재현 루키 조세진 등이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였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외야 경쟁이 이어지던 중 예상에 없었던 황성빈이 ‘깜짝 등장’하며 주전으로 성장했다.

새 주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승민도 전반기 부진을 털고 최근 타격감이 올라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외야 한 자리의 주전을 찾기까지는 무수한 실험이 이어졌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롯데는 많은 댓가를 치렀다.

그나마 외야는 황성빈의 등장으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만 수년째 취약 포지션인 포수와 딕슨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는 시즌 마지막까지 ‘명분도, 실리도 없는’ 돌려쓰기가 계속되고 있다.

롯데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성민규 단장과 재계약을 했다는 것이 구단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지난 세 번의 시즌을 지휘한 성 단장에게 다시 힘을 실었다. 육성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적지 않은 롯데 팬들도 성 단장의 ‘육성 야구’ 방향에 동의한다. 하지만 수 차례의 실험이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면 다른 해결책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올 시즌 각 구단의 투자의 효과는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 때 지갑을 열었던 구단은 상위권에, 지갑을 닫았던 구단은 하위권을 전전한다. 부동의 1위를 질주하는 SSG 랜더스는 빅리그에서 돌아온 김광현에게 리그 역대 최대 계약을 맺었고,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 등 집토끼(내부 선수)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쏟았다.

“돈은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상인과 흥정이 붙으면 간혹 듣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비정상적으로 거품이 끼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시장의 평가는 정확할 때가 많다. 값을 치른 만큼 그에 따른 효용이 돌아오는 법이다.


롯데는 지난 겨울 투자 대신 내부 육성을 택했고, 그 선택은 전력 공백과 포스트 시즌 탈락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롯데 구단이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서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윤정길 라이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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