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치매 막을 수 있는 名藥은 '운동'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2022. 9.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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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 속 해마 부위가 축소되어 치매 환자처럼 잘 까먹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해마 축소 이유는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와 그 수용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둘을 증가시켜 해마를 재생하고 기억과 인지 능력을 항진시킬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더구나 운동 후에 뇌가 아닌 골격근에서도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운동생리학자들을 흥분시켰다.

최근에는 운동으로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마이오카인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항염증 작용과 인슐린 활용도를 높이고,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도 포함하고 있다. 2019년 미국 콜롬비아대 의대 연구팀은 마이오카인 중 하나인 이리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하여 화제를 모았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 해마에 이리신이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치매 걸린 쥐에게 매일 수영을 시켰더니 이리신이 증가하고 기억력이 회복된다는 것도 발견했다.

운동하면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도 늘어난다. 이는 혈관을 생성하고 이완을 도와 혈류를 증가시킨다. 특히 해마에서 이 성장인자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쓰고, 보고, 듣기 등을 통해 기억이 강화되는데, 운동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시냅스 단백질도 늘린다. 신경계에는 노폐물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의 교세포가 있는데, 나이가 들면 교세포가 되레 신경세포를 공격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교세포 기능을 안정화시켜 착한 청소부로 돌아오게 한다.

예전에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를 하면서 “나한테 시집오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 말을 현대 뇌의학으로 해석하면, “치매에 빨리 걸리게 해주겠다”는 말과 같다. 부지런히 운동해야 치매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다. /고려대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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