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53] 주도면밀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2. 9.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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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선후본말(先後本末)에 밝다는 뜻이다. 즉 일에는 근본과 곁가지[本末]가 있으니 일을 풀어갈 때 먼저 해야 할 것과 뒤에 해야 할 것을 잘 가린다는 말이다.

이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대학’은 이런 지침을 준다.

“백성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방향이 정해지고, 방향이 정해진 다음이라야 흔들림 없는 마음을 갖게 되고, 마음의 흔들림이 없어진 다음이라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 다음이라야 심모원려를 할 수 있고, 심모원려를 할 수 있게 된 다음이라야 능히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지도자 자신이 먼저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서 일에 임하는데 일이 잘못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중용’에서는 지도자의 일과 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일이란 미리 대비하면 제대로 되고 대비하지 않으면 무너지고, 말도 미리 그 방향을 정하면 넘어지지 않는다. 행동도 사전에 정하면 어그러지지 않고 길도 미리 정하면 막히지 않게 된다.”

연일 대통령실발(發)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뉴스들이 이어진다. 느닷없는 영빈관 신축 논란만 해도 그렇다. 당연히 나라의 품격을 보여줄 만한 영빈관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집권 초 아직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고 국내외 경제 및 민생 상황이 ‘위기’로 불리는 시점에서 던질 이슈인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 뜻을 미리 살펴[迎意] 점수를 따려 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이 차후에라도 중용된다면 제2, 제3의 아첨꾼이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 조문 논란 또한 대통령실이나 외교부의 사전 점검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도면밀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자는 ‘주역’에서 말과 일의 중요성을 이렇게 압축했다.

“임금이 주도면밀하지 못하면 좋은 신하를 잃게 되고 신하가 주도면밀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런데도 신하가 목숨을 부지하면 그런 임금을 옛날에는 암군(暗君)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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