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락, 내수침체 우려.. 예상밖 파격적으로 풀어"

정순우 기자 2022. 9.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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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해제에 대한 전문가 진단.. "부동산 가격 자극할 가능성 낮다"

정부가 21일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역과 수도권 일부까지 규제 지역에서 푼다고 발표하자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예상보다 훨씬 파격적인 결정”이란 반응이 나왔다. 애초 시장에선 비수도권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부산 해운대·수영구 같은 잠재 수요가 많은 곳은 제외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또 수도권은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속하는 분위기지만, 기존 규제 지역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로선 지금 규제 지역을 대거 해제해도 단기간에 주택 수요가 급증해 집값이 과열될 위험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고, 수도권 일부 지역의 실거래가가 이전 최고가 대비 30~50%씩 내리면서 내수 침체 우려까지 나오는 점도 정부의 적극적 규제 완화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1주택자, 지방에 한 채 더 사도 규제 無

이번 조치로 지방 5대 광역시인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전북 전주 등이 모두 비규제 지역이 됐다. 이 지역에서 집을 보유하고 있거나 새로 거래하는 사람은 지금껏 적용받던 10여 가지 규제에서 풀려난다. 맨 먼저 집값의 최고 70%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고, 집을 처분할 때까지 입주하지 않아도 대출을 회수당하지 않는다. 청약에 당첨된 후 입주하기 위해 지켜야 했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도 사라진다.

비규제 지역이 되면 다주택자 세금 규제가 대폭 줄어든다. 가령 지금은 서울에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이 부산에 집을 더 사면 취득세율이 8%였지만, 앞으로는 1~3%만 내면 된다. 비규제 지역에선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 세율도 6%에서 3%로 낮아지고, 보유 기간에 따라 최고 30%까지 세금을 감면받는 양도세 장기 보유 특별공제 혜택도 챙길 수 있다.

이날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자체마다 환영 일색 반응이 나왔다. 부산시 관계자는 “실수요자의 거래 숨통은 트일 것”이라고 했고, 전주시에서도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수차례 건의한 규제 해제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집값 자극 가능성 작아”

규제 완화 방안이 공개되기 전에는 “규제를 너무 급하게 풀면 어렵게 안정을 찾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실제 지난 정부는 2019년 11월 부산 해운대·수영·동래 등 인기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가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1년 만에 다시 조정지역으로 묶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 지역 해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장기간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여전히 크고, 금리 부담이 높아진 탓에 규제가 풀리더라도 주택 수요가 즉각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지난 6월 대구와 전남 광양 등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곳 집값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은 규제가 그대로인 데다 금리·환율 등 거시 경제 환경도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도권 내에서 비규제 지역이 된 곳에 대해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올해 들어 8월까지 경기도 집값은 평균 0.74% 떨어졌는데, 이번에 규제가 해제된 안성 집값은 1.45% 올랐다. 평택(0.98%), 파주(1.96%)도 마찬가지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안성과 평택은 경부고속도로가 가깝고, 파주는 운정신도시와 GTX-A노선 호재가 있어 서울과 거리는 멀지만 주택 수요가 꽤 있다”며 “비규제 지역이 되면서 저가 주택 위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꿈틀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정상적 주택 거래를 돕자는 차원에서 우선 지방 규제 지역을 풀고 수도권 외곽 지역도 풀었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을 살펴 불안정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탄력적으로 재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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