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충현]'안 되면 될 때까지' 무한도전 나선 기업들

송충현 산업1부 기자 2022. 9.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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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시절, 군인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부대 곳곳에 큼지막하게 달려 있던 문구들이 기억난다.

해외에서 엑스포 홍보를 하는 기업인들을 만나 보면 혹여 유치 가능성이 낮더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기업과 국가 모두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에 하나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해도, 어려운 가능성에도 '될 때까지' 뛰려 했던 기업들의 노력까지 깎아내려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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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산업1부 기자
군 복무 시절, 군인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부대 곳곳에 큼지막하게 달려 있던 문구들이 기억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등. 이런 무시무시한 표어들을 볼 때마다 전역일이 더욱 까마득하고 멀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고속 성장 시대 한국을 이끌었던 ‘안 되면 될 때까지’ 정신은 이제 군대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안 되는 걸 될 때까지 붙잡고 있는 건 미련한 일이요, 한 우물만 파는 건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다. 가능성이 낮은 일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점점 힘을 잃어 가던 ‘될 때까지’ 정신이 다시 살아난 분야가 있다. 기업들의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다.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강력한 상대를 맞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세계 각국의 지지를 따내기 위해 현재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복권 뒤 첫 출장으로 추석연휴를 맞아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중남미와 유럽으로 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일본을 포함한 해외에서 엑스포 홍보 활동을 했고 재계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엑스포를 홍보하기도 했다.

기업의 오너와 경영진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엑스포 홍보를 하는 게 소모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들은 기업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데 지나치게 많은 공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는 기업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해외에서 엑스포 홍보를 하는 기업인들을 만나 보면 혹여 유치 가능성이 낮더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기업과 국가 모두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정부가 해외 정부에 직접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정상들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는 게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선 경영과 경영 외적 측면 모두 최선을 다하는 게 기업의 책무라고 말하는 기업인도 있었다.

최근 해외 엑스포 홍보에 참여했던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를 돌며 새로운 사업 수주 기회를 엿볼 수 있고 정부 차원에서 확장하기 힘든 글로벌 네트워크의 모세혈관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기업과 국가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뛰고 있다”고 했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도, 국격을 높이는 것도 정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어 나라에 기여하고 해외 곳곳에서 한국을 알리려는 기업들의 소명의식만큼은 폄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만에 하나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해도, 어려운 가능성에도 ‘될 때까지’ 뛰려 했던 기업들의 노력까지 깎아내려선 안 될 것이다.

송충현 산업1부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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