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든 일상품에 반도체 쓰일 것… 업계 최고 되겠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9. 22.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日 ‘반도체 부활’의 선두… 르네사스社 시바타 CEO 인터뷰
지난 13일 일본 도쿄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사옥에서 만난 시바타 히데토시 CEO는 “한국과 대만이 장악한 메모리나 파운드리가 아닌, 임베디드 반도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내년 중반까지는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겁니다. 문제는 주요 반도체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 주변에 쓰이는 여러 소소한 반도체가 모자라는 것입니다.”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시바타 히데토시(柴田英利·50) 최고경영자(CEO)는 “다들 ‘설마?’라고 놀랄 정도로, 사소한 부품들이 부족한 게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주(主)원인”이라며 “중소 반도체 제조 회사들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르네사스는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온과 함께 세계 톱3 차량용 반도체 제조 회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연말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해소되길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돌발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경고다. 르네사스는 작년에 매출 9939억엔(약 9조6500억원), 영업이익 1738억엔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1~9월 예상 매출이 1조1079억엔에 달한다. 2010년 초 매년 수백억엔대 적자를 냈던 르네사스가 극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시바타 히데토시 CEO는 2013년에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의 투자 담당 임원으로 재직할 때 르네사스에 1300억엔의 출자(出資)를 주도한 인물이다. 도쿄대 공대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나온 시바타는 당시 ‘자살 행위’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산업혁신기구를 사퇴하고 르네사스로 자리를 옮겼다.

시바타 CEO는 “처음에는 끔찍했다. 공장도, 사람도 너무 많았다”며 “신장에 맞는 사이즈로 몸을 줄이는 게 첫 단계였다”고 말했다. 르네사스는 히타치, NEC, 미쓰비시 등 일본 3사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한 회사로 통합 당시인 2010년 초엔 직원 규모가 4만7000명에 달했다. 시바타 CEO는 과감한 구조 조정을 통해 직원 숫자를 2만명으로 줄이고 외부 수혈을 통해 조직을 송두리째 바꿨다.

시바타 CEO는 이와 함께 2017년 미국 반도체 회사인 인터실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 미국 인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 2021년 영국 다이알로그(Dialog)와 이스라엘 셀레노(Celeno), 2022년 미국 리얼리티AI와 인도 스트라디안(stradian) 등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들을 차례로 인수해 임베디드(Embedded·내장형)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임베디드 반도체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맞춤형 반도체로 TV·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나 사물인터넷(IoT) 기기로 빠르게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시바타 CEO는 “한국이나 대만이 장악한 메모리나 파운드리가 아닌 임베디드 반도체 시장에서 최고의 존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PC나 스마트폰에만 컴퓨팅 능력이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모든 일상 물체에도 컴퓨팅 능력이 필요해진다”며 “자동차나 로봇, 헬스케어, 공장 자동화 시설 등으로 반도체 수요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르네사스의 강점은 단순한 기능의 제어용 반도체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파워용 반도체에 이르는 온갖 영역에 걸쳐 제품과 기술을 보유한 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르네사스를 일본 반도체 부활의 선두 주자로 꼽고 있지만 시바타 CEO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반도체 지도에서 사라졌던 일본이 이제 겨우 돌아온 것”이라면서 “앞으로 8~10년에 걸쳐서 톱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