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젖니 아이들

어젠 올해 들어 할아버지가 된 두 분과 식사했다. 할아버지가 되면 손전화기 바탕화면이 손주로 바뀜. 또 수시로 사진첩을 뒤적이며 자랑대회. 머잖아 젖니가 나고, 앞니가 쏙 빠질 미운 일곱 살쯤 되면 얼마나 귀여울까. 젖니로 깨물다가 늙으면 의치 틀니로 살게 되는 게 인생이야.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인생은 후딱 지나간다.
군내버스 운전사 바로 뒷좌석에 앉은 할매가 “입이 궁금하믄 이거 조깐 드실라요?” 하면서 아몬드를 한 주먹 주더래. 운전수가 맛있게 얻어먹다가, “아슴찮이(고맙게) 이리 맛난 걸 주시는가요. 근데 할머니는 치아가 아직 성성하신가 봅니다잉. 아몬드를 깨 자실 만큼.” 할머니가 픽 웃으시더니 “그거이 그게 아니고요. 초코릿은 맛나게 핥아 묵고, 속에 댕긴 고거는 딱딱해서 못 묵겄습디다. 개침(호주머니)에 두어 개 더 있소만, 잡술라요?” 하더란다.
홍합처럼 검은 빛깔의 밤이 닫히면 등에 업은 아이에게 노랠 들려주고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기슭 외딴 그늘에 이름도 없이 피어 있는 꽃. 내 작은 기쁨이어라…. 노래하는 어린이처럼 언제나 즐거운 모습. 그 마음 항상 내 곁에 있어 내 작은 행복이어라” 즐거운 노래 ‘구름 들꽃 돌 여인’의 가수 이정선 샘은 ‘풍경소리 음악회’ 사회를 볼 때 뵙고 아주 먼 기억이 되었다. 나는 <이정선 기타교실> 책자를 보면서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더랬다. 세월 가면 이빨이 흔들리고 빠지지. 기타줄도 해를 넘기면 녹이 슨다. 이래저래 바빠 만지지 못한 기타를 꺼내어 줄도 갈아 끼우고 먼지도 닦았어. 기타는 딱 젖니 난 아이만큼의 크기다. 내 나일론 기타는 장인이 만든 수제 기타인데, 언제 들어도 소리가 참 웅숭깊고 따뜻해. 걸음마를 배우듯 처음 기타를 배우던 시절이 떠오른다. 조율하는 법부터 착실히 익혔어. 누구나 초짜, 초보일 때가 있지. 젖니 아이가 금세 자라 기타를 퉁기며 노랠 부르겠지. 그러나 마냥 초보라면 어설프고 궁상맞겠다. 특히 초보와 같은 정치인들이 나라 꼴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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