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돌봄의 무게
고령의 부모 돌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인들이 있다. 언니네 시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은 지 5년이 넘었고, 시어머니도 난청을 포함해 온갖 노인성 질환을 가지고 있어 언니네 집은 늘 초긴장 상태다. 매년 의료비 규모도 장난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몇달째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K의 어머니는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꼼짝을 못하신다. 관절염도 앓고 계셨기에 회복은 더뎠고, 최근엔 척추 골절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4층에 살고 있어, 병원 이동 때마다 유료 구급차를 이용해야 한다. S의 아버지도 올해 지병이 심해져 간병하던 어머니가 살이 10㎏이나 빠졌다. S는 요즘 주말마다 친정집으로 출근, 요양보호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돌봄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지인들이 쏟아낸 하소연은 이런 것이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등급 판정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거동 불편, 치매 등 다양한 노인성 질환을 단박에 증명해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무용담이 쏟아진다. 복잡한 지원 제도 중 우리 가족이 받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운데 그나마 동주민센터에 친절한 상담사를 만나는 게 제일 운 좋은 거라고 한다. 지원 서비스 중 상당수가 시범사업이고, 소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어 체감률은 떨어진다. 결국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알게 된 사실은 이것이다. 아직까지 노인 돌봄은 전적으로 가족의 몫이라는 것. 그것도 아주 긴 시간 동안!
남 일 같지가 않다. 팔순의 혼자 사시는 아버지에게도 곧 닥칠 문제고, 아픈 몸 다스려가며 자연스럽게 노화를 받아들이자 고상을 떨던 나도 솔직히 두렵다. 이 두려움의 실체는 부모 세대의 돌봄 현실을 적나라하게 직시했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내 자식한테도 대물림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연장되었을지 모르나, 과연 나는 존엄하게 품격을 지키며 노후를 살 수 있을 것인가? 삶이 길어진 만큼 누구나 1인 가구로 살게 될 시간도 있을 테고, 가족이든 지인이든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노인 돌봄은 모두의 숙제일 수밖에 없지만, 솔직히 속 시원한 해법이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당장 2024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된다고 하는데, 의료나 간병 체계가 이 고령화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까?
조금만 찾아보면 우리나라도 이미 의료·복지·돌봄 관련 많은 제도와 인프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어떤 정책이건 그 본연의 가치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돌봄이라는 이슈에 대해 통합적 사고와 철학을 세우고 각 단위 기능과 역할이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누구나 체감할 수 있고 꼭 필요한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최근 878억원 영빈관 신축예산 파문을 지켜보면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살던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받게 하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내년도 예산은 35억원 배정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제대로 ‘현타’ 맞은 기분이다. 각자도생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씁쓸함과 조급함이 밀려왔다.
남경아 <50플러스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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