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53] 뉴욕에 온 '리틀 아말'
‘리틀 아말(Little Amal)’은 10살의 난민 소녀를 형상화한 대형 인형이다. ‘여정(The Walk)’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되어, 2021년 7월부터 이제까지 유럽의 12개국, 9000㎞를 여행했다. 영국의 스톤헨지부터 파리의 에펠탑,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거쳐 지난주 뉴욕에 도착했다.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 아말은 전쟁으로부터 어린이의 자유를 보호하고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쟁에서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 그리고 새 보금자리를 찾아 걷고 있는 이 소녀의 여정에 세계의 사람들이 동참하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말은 기차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국 옥스퍼드의 식물원에서 신데렐라를 만난 아말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말이 철저하게 의인화되었기 때문이다. 제작을 맡았던 남아공의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는 연극 ‘워 호스(War Horse)’의 말 인형을 만든 업체다. 긴 이동을 고려한 지속 가능성과 섬세한 움직임을 위해서 등나무나 탄소섬유와 같은 가벼운 재료를 사용하고, 손동작과 얼굴 표정의 변화를 위해서 특별한 장치도 고안했다. 퍼펫(puppet)으로 불리는 공연용 인형의 핵심은 관중과의 교감이다. 그리고 퍼펫 마스터는 이를 잘 아는 베테랑이다. 아말 내부에 위치한 백발의 마스터는 수백 명 관중의 동작과 눈빛을 읽으며 정확하게 아말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서, 인형을 작동하는 운전자들은 관객에게 인지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형을 실제 존재로 믿기 때문이다. 아말을 대형으로 제작한 것은 ‘아주 커서 무관심하기 어렵게, 그리고 ‘이 세상이 이 큰 소녀만큼 성숙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한다.
아말을 만나려고 지난 일요일 뉴욕 5번가의 성패트릭교회를 찾았다. 아말은 사람들 곁에서 함께 걷고, 예배에 참석하고, 성직자를 만났다. 어린이와 포옹하고 관객과 손을 잡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감동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것이 퍼펫의 힘이고 예술의 힘이고 공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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