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XR 시대, 글로벌 테크 리더십 유지하려면
현실·가상 융합 메타버스 일상화
메타·애플 등 XR 시장 개척 선두
韓, 글로벌 협력·지원책 서둘러야
스마트폰은 혁명이라 불릴 만큼,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켜 왔다. 이러한 스마트폰 시대에 대한민국은 글로벌 테크 산업을 선도하며 5세대 이동통신(5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상징적 결과물도 낳았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 기기 산업만이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소재·부품 산업,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 산업 등 스마트폰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며 선도했기 때문이다.
XR 시대 우리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첫째, 디지털 문맹이 없어져 누구나 쉽게 디지털 현실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존에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려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은행 앱을 검색해 다운로드하고 설치해 원하는 업무 메뉴도 직접 찾고 키보드로 입력하는 등 스마트폰과 앱 사용법 모두를 익혀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문맹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XR은 기기를 착용하고 말로 은행 이름을 말하면, 디지털 현실 속 은행 문 앞에 와 있고 그 문을 열면 아바타 은행원이 있어 실제 은행 점포에서 하듯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둘째, 현실과 디지털 간 경계가 없어지는 메타버스 일상이 된다. 제약과 경계가 없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더 다양한 도전과 활동을 할 수 있다.
XR 시대 우리는 잘 준비하고 있는가?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XR 시장에서 1위는 메타의 오큘러스다. 시장점유율은 2020년 1분기 34%에서 2021년 4분기 80%에 다다르고 있다. 다음으로 DPVR과 PICO가 있다. 그 외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가 비싸지만 높은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애플도 2023년 XR 기기 출시설이 나온다. 애플은 2015년 말부터 팀을 꾸려 준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수합병(M&A)과 인력 확보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시장 수준의 리더십을 XR 시장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독자 개발이 어려워 2021년 말부터 MS와 협력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어쩌면 스마트폰에 적응 못한 노키아의 핀란드 상황을, 우리가 XR 시대에 겪을지도 모른다. 이는 단순히 기기 산업 몰락이 아닌, 기기가 이끌어 왔던 부품·소재 산업 등 생태계 몰락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이에 XR 산업 성장을 위한 글로벌 협력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 예로 과거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난제를 우리가 풀어 함께 모바일 시장을 개척했던 것처럼, 현재 사업 모델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메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 정부가 XR 생태계에 함께 협력하여 시너지를 갖추도록 하되, 한국형 또는 국내 중심의 시야에서 벗어나 글로벌 협력을 지원하는 한 단계 높은 정책 역량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변화 너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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