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렇게,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임아영 기자 2022. 9. 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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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추모 공간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여성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 16일 피해자에 대한 추모를 이어가는 한편 신당역 추모 공간을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5일 만에 1000여건의 추모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대가 미처 다 걷지 못한 길을 우리가 마저 걸어가겠다”며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그날까지

힘을 보태겠다는 목소리를 경향신문이 대신 전합니다. 온라인 추모공간(https://bit.ly/3S51k3H)에서 추모글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을 직접 적고, 말로 내뱉으니

당신의 죽음이 더욱 살결 가까이 느껴집니다. 제가 감히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저 뉴스로 당신의 소식을 듣고, ‘그렇다더라’라는 사람들의 말만으로

당신의 찬란했던 삶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알 수 있습니다.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려움에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을요.

정말 기나긴 시간의 고통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없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일들을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견뎌내왔다는 것을요.

이 일에 대해 재판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께서는 이 부당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사람과 사건에 대항하여 싸웠습니다.

당신은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투쟁자였어요.

당신은 끝까지 싸워냈어요.

오늘 제가 열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하늘을 그 언니는 못 보겠구나, 이 하루를 이름 모를 그 언니는 못 누렸구나라고요.

나는 이 하루를 정말 우연히 살고 있구나, 그리고 이 하루가 언제 남의 손에 끝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인생을 살고 있구나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소식에 무력해 우울해하다가 또 분노하다가,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하루 끝에 저는 당신의 투쟁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분노, 억울함, 고통, 슬픔이 만들어낸 부정적인 생각들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분명 당신도 그렇게 멍청히 주저앉아 있지 말고 싸우라고,

남은 이들을 위해 당당히 투쟁하라고 말했을 것이라 감히 짐작했어요.

언니가 그랬으니까요. 그 부당함에 지지 않고, 자신을 위해 싸워냈으니까요.

지지 않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요.

살아남은 저는 싸우겠습니다. 살아남은 내 자매들을 지켜낼게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이 주어진 삶에서 치열하게 생존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동생들을, 언니들을 지킬 수 있는 어른으로 클게요.

그때는 존함을 알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사랑합니다. 사랑으로 당신을 추모합니다.

당신의 용기와 투쟁이 끊기지 않게 그렇게 살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의 또래의 여성이 이런 문제로 또 한 번 목숨을 잃는 것을 목도하게 됐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입었던 피해가 결국 당신의 목숨까지 잃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하루빨리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함께 연대 하겠습니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막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당신이 지키려고 했던 다른 사람들을 저도 지키겠습니다. 더는 수많은 여성이 죽어가는 걸 바라만 보지 않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죽어야 바뀔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여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겠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절대 안타까운 죽음으로만 남기지 않겠습니다. 남은 소명은 저희의 것이니, 이곳의 일일랑 잊고 평안히 영면하시길.
불의에 닥친 사고가 아닌 방관된 태도로 일관하던 사회의 사건입니다. 어느 한 분야에서 틀어막을 것이 아니라 교육과 법, 사회 인식 등 국가 전체가, 사람 전체가 변화해야 합니다.
2016년 5월 그날 이후, 분명히 적지 않은 변화들을 이루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또 한 사람, 당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가히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늘,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마지막이어야만 한다고 목소리 높여온 이 사회는 벌써부터 재발 방지니 뭐니 부산스럽습니다. 그 와중에 당신을 탓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또, 이제 와서야 움직이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한 걸음씩 내딛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선 안전하고 평화롭길.
가해자남을 스토킹 및 다수 혐의로 신고했을 때 직장 사람들은 가해자남은 착한 사람인데 누가 신고했을까 하며 감싸고 두둔했다고 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어디에 속시원히 말도 못하고 혼자서 고통받았을 당신을 생각하면 정말 소리를 지르며 울고 싶어지는 심정입니다. 앞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울지 않고 목소리 계속 내보겠습니다. 여성이 여성으로, 사람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면 그때 울며 기뻐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가해자남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 가지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주변에 지하철, 철도 근무하는 지인들이 있습니다. 근무 환경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답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더군요. 지하철 역사 내 의자에 앉아 홀로 죽어 있는 사람, 이용객들이 막아버린 화장실 변기를 해결하느라 고생하는 현실, 고장난 E/L 항의에 지친 역무원, 역내에 각종 고장 및 사고, 역사 내 열차 안에서 싸우는 사람…. 그런데 근무 인원을 줄이고 안전을 강요합니다. 슬픈 현실이네요. 대책은 말보다 실천입니다.
며칠째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슬픔으로 흘린 눈물들이 꼭 빛이 되어 따스히 당신에게 쏟아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편히 쉬세요.
윤석열 정부가 되고 절망은 더 커져갑니다. 성폭력 피해자인 저는 두려움과 이차 가해가 공포스러워 신고를 하지 못합니다.
제 일처럼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도 현재 카메라 촬영, 스토킹 협박으로 인해 가해자와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이런 사건을 접하게 되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피해자가 또 피해를 입어야 하는 걸까요. 이런 범죄에 대해 인식이 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분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심하셨을지…. 꼭 잊지 않겠습니다.
애통하고 분한 요즘입니다. 정부와 관계기관의 꾸준한 무관심과 무신경함에 몸서리쳐집니다.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아직도 이런 비극의 반복을 끊어내지 못해 부끄럽고, 그대가 이 비극의 희생자가 되어 미안합니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이 부끄러운 사실 앞에서 살아남은 자에게 맡겨진 책임을, 그대의 남겨진 유산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그대에 의해, 그대 덕에, 그대를 위해 우리는 여기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대에 의해, 그대 덕에, 그대를 위해, 그대의 비극적인 죽음을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로부터 맡겨진 책임으로, 우리 스스로 받아들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대가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삶을 멈추게 된 그곳 앞에 우리도 잠시 멈춰 서서 그대의 삶과 때이른 죽음을 애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대가 미처 다 걷지 못한 길을, 우리가 마저 걸어가겠습니다. 남겨진 자로서, 살아 있는 자로서, 살아남은 자로서, 그대가 멈춘 걸음을 다시 떼겠습니다.
같은 여성 청년으로서 겪으셨던 고통이 얼마나 클지… 감히 가늠한다는 것이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도록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의 친구, 언니, 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일처럼 억울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눈물이 나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같지도 않은 그런 걸 상대해온 당신이 눈을 편히 감을 수나 있었을까요. 나라를 뺏겨도 이것보다 슬프지는 않을 겁니다… 28살. 힘들게 어렵게 취업하고나서 오히려 더 지옥같은 삶을 살았을 당신에게 그 어떤 말이 닿을까요. 당신을 지켜주지 못한 사회는 왜 같은 과오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걸까요.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신이란 게 있으면 그 정도는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못 지켜줘서 정말 미안해요….
여기 와서 추모의 글을 보니 더욱 먹먹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곳에선 좀 더 몸도 마음도 평안하게 계시길 바랍니다…. 한은 이곳에 두고 가시길 바라요. 또, 한켠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여로 나누어져 싸우기보다는 젠더에 국한되지 않고 이런 악질적이고, 집요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 같이 힘내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무감각하게 지나쳤던 내가, 그렇게 흘러가는 사회가 소름끼칩니다. 오늘의 분노를 잊지 않고, 잠시 쉴지언정 멈추지 않을게요. 부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너에게는 28살이 마지막이었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까마득히 나이 많은 꼰대언니라 할지라도 좀 더 귀찮게 할걸… 좀 더 연락할껄… 그저 후회만 남는구나… 멋있는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던 너는 이제 원하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주저앉고 말았구나… 어린 날 종군기자가 되고 싶다던 네가 기자들의 입과 손으로 알려지고 있구나… 그냥 미안하다 미안함에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 세월을 마음고생하며 어디에도 알리지 않은 네 성품이 이해가 되니 더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아팠으면 아프다 말이라도 하지… 너의 똑부러지고 강단있는 성격이 이렇게 원망스럽기 그지없구나… 이제는 제발 편해지거라… 언니가 해줄 말은 이것밖에 없어 미안하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여기까지 왔는데, 고인의 바람이 이뤄지지 못했네요. 보복을 못하도록 더 강력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원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성추행, 성폭행 당해봤지만 무서워서도 신고를 못했습니다. 아픔이 온몸에 새겨진 채로 살고 있습니다. 여성이 살기 안전한 사회 만들어 주세요.
무고한 여성이 더 이상 죽지 않는 나라 내가 죽기 전에 만들어질까? 여성혐오를 여성혐오라 말하면 더 진한 혐오감을 낀 눈으로 나를 쳐다볼까. 오늘도 애써 불편한 마음을 숨기는 나. 용기있는 자매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지만 그들의 폭력적인 태도를 견뎌낼 자신이 없다. 억울하게 잔인하게 죽은 모든 여성들이 부디 그곳에선 영원한 안식을 갖길. 죄송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했습니다. 거절을 하고, 경찰에 지속적으로 신고하고, 치명상을 입고도 응급벨을 눌러 범인을 검거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 용기있는 여성이 피의자에게 너무 유한 법 체계와 안일한 회사 때문에 죽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렇게 여성을 보냅니다. 또 이렇게 빼앗겼습니다.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가게 했습니다. 사회의 썩은 이가 여성의 삶을 빼앗아 가게 방치한 이 나라를 저주합니다. 더 이상의 여성을 빼앗기길 거부합니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울 것입니다.
명복을 비는 것도 죄송스럽지만 부디 남은 일은 남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편안하시기를 빕니다. 고인의 가족들과 고인을 사랑했던 분들께도 진심으로 애도를 전합니다.

임아영 소통·젠더 데스크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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