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수 형'처럼..'가을 마법' 위해 KT 박병호 '투혼'을 불태운다
무릎 꿇은 채로 다시 티배팅 시작
FA 영입해준 팀 선택에 꼭 보답
"대타 한 타석이라도 서겠다" 의지
프로야구 KT 베테랑 박병호(36·사진)가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인대가 파열된 발목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박병호는 지난 2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SSG전에 앞서 그라운드 훈련을 했다. 제대로 서지 못하고 오른쪽 무릎을 꿇은 채로 티배팅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끝까지 봐야 되지만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박병호의 오른쪽 발목은 정상이 아니다. 지난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2루로 슬라이딩을 하다 발목이 꺾여 인대가 파열됐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큰 부상이다. 그러나 당장 수술을 하면 이대로 내년으로 넘어가야 하는 터라 박병호는 ‘일단 재활’을 택했다. 재활을 통해 어느 정도 설 수만 있게 되면 포스트시즌에 한 경기라도 출전한 뒤 수술을 받겠다는 의지다.
지난 13일 검진 당시, 재활할 경우 4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4주 뒤는 KBO리그가 정규시즌을 마치고 포스트시즌으로 들어갈 시기다. 보통 재활기간에 기술 훈련은 하지 않으니 실전 감각을 되찾기까지는 추가로 시간이 걸린다.
4주 진단을 받은 박병호는 바로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게 준비하고자 방망이를 잡았다. 부상 열흘 만이다. 제대로 서지 못할지언정, 손에서 방망이 감각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올시즌은 박병호에게 정말 소중한 전환점이다. 지난 2년간 부진에 ‘한물갔다’는 시선 속에서도 첫 자유계약선수(FA)가 돼 KT로 이적했고 그 선택에 답하기 위해 흘린 땀은 3년 만의 30홈런과 홈런왕 탈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활을 알린 시즌에 다시 나서는 가을야구, 새 팀 KT에서 함께하는 첫 가을야구는 박병호에게 매우 큰 의미다. 정규시즌은 아쉽게 마감했지만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출전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박병호는 “걷는 것도 일종의 재활이기 때문에 테이핑을 하고 훈련하고 있다”며 “가을야구에서 한 경기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방망이를 잡은 것은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대타 한 타석이라도 꼭 팬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KT는 2년 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팀의 리더인 박경수가 가을야구 진출을 향해 달리던 시즌 막판에 햄스트링이 파열됐다. KT 선수들은 이후 한마음으로 최대한 순위를 끌어올려 박경수가 가을야구에 설 수 있도록 시간을 벌자고 약속했다.
박경수가 열심히 재활하는 동안 KT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회복한 박경수는 기적처럼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2022년 9월에도 KT 선수들은 같은 마음으로 뛰고 있다. 올시즌 내내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쏟아내며 팀의 기둥이 되어준 박병호와 함께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위싸움에서 좀 더 힘을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드시 함께 가을야구 타석에 서겠다는 박병호의 열의와 투혼이 KT 선수들의 마음속에도 전해지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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