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보장하라"..추수 앞둔 논 갈아엎은 성난 농심
[앵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 왔지만, 농민들 마음은 풍요롭지 못합니다.
쌀값이 45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배추 한 통이 만 원에 육박하는 등 밥상머리 물가가 줄줄이 오르는데, 쌀값만 바닥이 어딘지 모릅니다.
심지어 즉석밥 한 개가 껌 한 통 보다 저렴해지면서, '껌값만도 못한 쌀값'이란 하소연마저 나오고 급기야 자식처럼 키워낸 논까지 갈아엎고 나선 농민들도 있습니다.
애타는 현장을 한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트랙터가 지나가자 낟알이 들어찬 벼들이 힘없이 쓰러집니다.
수확기를 맞아 쌀값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논을 통째로 갈아엎고 나선 겁니다.
자식 같은 벼를 파묻는 농민은 끝내 눈물을 훔칩니다.
["농민 주권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이 같은 시위는 충남 9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박동규/전국농민회총연맹 논산시농민회장 : "농사지어서 남는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죠. 이렇게 해도 아직도 길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9월 20kg에 평균 5만 4천 원대에 형성됐지만 최근엔 4만 천 원대로 4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기름값과 비룟값 등 생산비는 크게 올라 수확의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규호/보령시농민회 청년위원장 : "내년에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고. 금리는 높아졌는데 나갈 대출 비용도 많거든요."]
고사 위기에 몰린 농업을 상징하는 상여가 들어옵니다.
경북지역에서도 농민들은 재고미 전량 매입과 햅쌀의 선제적 시장 격리 등 쌀값 보장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김태현/경북 농민의 길 상임대표 : "쌀값 폭락의 원인이 생산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중앙과 지방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
다음 달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면 쌀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자 농민단체는 하반기 농민대회 개최 등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25일 쌀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국회도 다음 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전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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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기자 (s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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