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용품' 된 다이어트약.."1년 만에 10년치 처방"
[앵커]
지난해 세관에 적발된 밀수 마약은 1.3톤 정도로 역대 가장 많습니다.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밀반입 양도 크게 늘어난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점검했더니 온라인에 마약류를 판다고 올라온 글이 올해만 4천 건이 넘었습니다.
손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마약 대신 복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약품들은 1년에 10년 치를 처방받을 수 있을 정도로 취급이 허술합니다.
그 현장을 원동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약 중독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26살 김 모 씨.
식욕 억제제를 마약 대신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김 모 씨/마약 중독 경험/음성변조 : "구치소 갔다 와서 경각심 때문에 필로폰에는 다시 손을 못 대고 '그럼 대체 약물이라도 사용해보자' 해서…."]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경우 등 '비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할 수 있지만, 기준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마약 중독 경험/음성변조 : "(체질량지수(BMI) 측정 안 하고 그냥 다이어트 필요하다고 하니까 주던가요?) 네. 그냥 이름만 딱 대면 처방해주는 그런 방식이었어요. 처방된 개수만 먹는 것이 아니고 기분이 좋을 때까지 (먹었습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뇌를 흥분시켜 과다 복용하면 환청이나 망상, 불면증과 공황 증상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건 얼마나 쉬울까요?
직접 처방받아보겠습니다.
체질량지수 확인 없이 간단한 상담 후 한 달 치를 처방합니다.
["일단 한 알씩 28일 치고요, 조절을 처음에는 조금 해보세요."]
연달아 근처 병원에서도 같은 양을 처방받았고.
["고객님 정도는 사실은 살이 찐 게 아니에요. 이것만 좀 드셔보시는 거로 하고."]
심지어 의사 진료 전에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기도 합니다.
["4주까지 처방 가능한데 몇 주로 처방해드릴까요? 결제 바로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한 시간 만에 병원 네 곳에서 14주 치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처방이 쉽다 보니 1년 동안 다이어트약 10년 치를 타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병원은 1년 동안 3만 2천여 명에게 알약 1,200만 정을 처방했습니다.
마약류 오남용 의료기관이 마약류 취급을 못 하도록 하는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취급 금지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최종윤/국회 보건복지위 위원 : "1년 동안 한 사람이 10년 치가 넘는 처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식약처의 관리 감독 제도가 허술하기 때문인데요. 규정에 어긋난 처방을 받을 수 없도록 실시간 관리 체계를.."]
국회에는 마약류 의약품 처방 시 의사나 약사가 투약내역을 의무적으로 조회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입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 류재현 황종원/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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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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