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생산 차질 여파 '철강값 꿈틀'
태풍 피해 복구, 3개월 이상 소요
기업 재고 2~3개월 내 소진 전망
강판·후판·스테인리스값 상승세
포스코 “수급 안정화 총력” 불구
‘경영진 책임론’ 불거질 가능성도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 사태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스테인리스강·조선용 후판 등 일부 철강재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포항제철소발 ‘스틸플레이션(스틸+인플레이션)’이 조선·자동차 산업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핵심자재인 철강 공급 차질로 산업계에 불똥이 튈 경우 이번 피해를 둘러싼 ‘경영진 책임론’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t당 110만원으로 지난 9일에 비해 4.7%(5만원) 올랐고 전월보다 10% 상승했다.
열연은 쇳물을 가공해 나온 판재를 고온으로 가열·압축한 철판으로 건설·자동차·파이프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
스테인리스 가격도 오름세다. 스테인리스강(STS 304)의 지난 19일 기준 t당 시중 도매가격은 425만원으로,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를 겪기 전인 지난 5일의 405만원 대비 5% 가까이 올랐다. 선박을 만드는 데 쓰이는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도 급등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포스코 후판 소매가격은 19일 기준 125만원으로 9월 첫째주 가격(109만원)보다 16만원 올랐다.
국내 조강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소의 완전한 복구까지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비축한 주요 철강제품 재고는 2~3개월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포항제철소의 냉연·열연·후판공장들의 단계적인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복구 일정이 늦어질 경우 재고 부족 사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수요 감소로 지난 몇달간 철강재 가격이 줄곧 하락세였기 때문에 이번 가격 상승의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조선업계에서는 후판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현재 철강사들과 진행 중인 하반기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어서 후판 가격도 이번에는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힌남노 사태 이후로는 이 같은 컨센서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급 우려를 의식한 듯 포스코는 이날 “3개월 내 포항제철소 전 제품 재공급을 목표로 국내 철강 수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요 제품을 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 해외 법인을 통해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제품의 경우 현재 재고가 약 5개월 수준으로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라면서 “전기강판 재고도 2~3개월 수준이며 (포항제철소의)3전기강판공장은 이미 가동을 시작해 국내 수요를 대부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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