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사용자는 추가 부담해야"..정부, 전기료 개편 '고심'
반도체·철강업종 부담 커질 듯
각종 특례제도는 통폐합 검토
4분기 조정단가 추가 인상도 피력
정부가 전력 소비량이 많은 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을 추가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반도체·철강 업종 대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는 다양한 전기료 특례제도도 통폐합을 검토키로 했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용량 사용자에 대한 전기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업종별 단체나 민간기업에 양해를 구하면서(전기료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향으로 전기료 개편이 현실화되면 반도체·철강 등 전력 다소비 기업의 전기료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기업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대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해온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와는 어긋나는 방향이다. 박 차관은 “대용량 사업자에 대한 범위와 요금 인상 폭과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료 특례제도도 손질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농촌 가구에서 원가의 25% 수준인 농사용 전기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일부 대기업도 농사용 전기를 쓰고 있다”며 “현재 다양하게 운영 중인 특례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차관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저희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체계 중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을 두고도 기재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분기마다 조정할 수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논의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에 따라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 연간으로는 최대 ±5원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데, 지난 6월 말 제도개편을 통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이미 kWh당 5원 올렸다. 올해 추가 인상할 경우 규정을 또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전력도매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만큼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에너지 자문위원회에서도 연간 한도 5원은 너무 적어 10원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10원으로 인상 폭을 확대하면 6월 말 인상에 이어 4분기에 추가로 kWh당 5원을 올릴 여지가 생긴다.
기재부는 물가 압박에 인상 반대
추경호 ‘물가 10월 정점론’도 타격
반면 물가를 책임진 기재부는 전기료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당장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전기료가 오르면 그동안 ‘10월 물가 정점론’을 꾸준히 언급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예상도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정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오히려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료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기준연료비’가 이미 인상된 점도 물가당국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하기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정부는 지난 4월에 이어 오는 10월에도 기준연료비를 kWh당 4.9원씩 인상한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직전 분기 연료비에 따라 달라지는 데 비해 기준연료비는 최근 1년간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한다. 이에 따라 월평균 307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 약 1504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늘어나게 됐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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