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불원' 악용하는 스토커들..'2차 범죄' 무방비
[앵커]
KBS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까지의 스토킹 관련 판결문을 살펴봤는데요.
상당수 가해자들이 앞뒤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확인서를 써주면 괴롭히지 않겠다고 피해자에게 말한 뒤 정작 피해자가 확인서를 써주면 태도를 싹 바꿨습니다.
황다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헤어진 전 연인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갔던 A씨, 주거침입죄로 기소되자, 피해자에게 또 연락했습니다.
'처벌불원서'를 써주면 더이상 괴롭히지 않겠다며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지만, 결국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처벌불원서가 보복 범죄의 미끼가 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중상을 입히고도, 처벌불원서를 받아냈다는 이유로 스토킹처벌법 적용은 면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자 목소리가 나오고 막 이러다가 경찰들이 나중에 왔는데, 칼로 상해를 입히고 도망가는 거를 아마 잡은 모양이에요..."]
또다른 스토커 B씨는 지난 3월 '접근 금지' 조치까지 내려졌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 검찰로 송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한 달 뒤부터 피해자를 다시 쫓아다니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스토킹처벌법으로 재판에는 넘겨졌는데, 이번엔 '합의'를 받아내 공소 자체가 기각됐습니다.
[경찰/음성변조 : "저희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여러 사정들이 있죠. (합의) 의사 표현을 하면 저희가 따라야 하니까..."]
KBS는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 37건의 재판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29%인 11건이, '처벌불원서'를 이유로 공소 기각됐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술 문제가 있었다"며 피해자 탓을 하거나, "가족 관계다", "연인 사이였다" 별별 이유로 선처를 해줬습니다.
[김정혜/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스토킹이 잘 처리가 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냥 이것은 일상적인 구애 행위인 거지 범죄라고 볼 것까지는 아니다라는 인식이..."]
'처벌불원서'를 받아들여주는 것 자체가, 스토킹을 경시하는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법무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소기각과 선처가 난무하는 스토킹처벌법의 양형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정비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 이제우/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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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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