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들 "자매 위한 복수"..반정부 시위

김서영 기자 2022. 9. 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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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의문사 후폭풍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체포됐다가 사망한 여성의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덕경찰의 구타 의혹 등
이슬람식 억압 향한 분노
히잡 태우고 머리카락 잘라
시위 5일째 …“6명 사망”

이란에서 젊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체포된 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식 강경 통치와 억압에 지친 이란인들의 분노가 표출되면서 이번 시위가 이란 정권을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흐사 아미니(22)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얼굴을 제외한 머리와 목 등 상반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복장)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체포 3일 후인 지난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뒤 숨졌다. 그가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히 공유되며 경찰의 가혹행위 의혹을 키웠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주말 테헤란을 비롯해 아미니의 고향인 사케즈 등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났으며, 아미니의 이름은 트위터에서 500만번 이상 언급됐다.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시위 현장 영상을 보면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는 히잡을 불태우며 “우리 자매를 위해 복수하자”고 외쳤다.

이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인권단체 헹가우는 시위에서 6명이 숨지고 45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21일 밝혔다.

당국은 이날까지 이란 전역에서 최소 10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가디언은 젊은 여성의 죽음으로 이처럼 광범위한 저항이 일어난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집권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강경한 시아파 해석에 근거해 도덕경찰의 권한을 확대해왔다. 이란은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이란혁명) 이후 여성의 권리를 제한했으며 공공장소에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경찰 측 설명과 목격자, 유가족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 또한 대중의 분노를 키우는 요인이다. 경찰은 아미니가 쓰러지는 순간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아미니의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가 간질 등을 앓는 기저질환자였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아미니의 가족은 그가 “완벽하게 건강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아버지 암자드 아미니는 “그 영상이 조작됐다고 믿는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파스통신에 밝혔다. 목격자들은 아미니가 이송되는 동안 경찰 밴 안에서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시위는 정권을 향한 저항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서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를 끌어내리자” 같은 구호도 나왔다. 온라인에선 이란 여성들이 긴 머리카락을 자르는 영상도 공유 중이다. 하디 개미 이란인권센터 이사는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미국에서 경찰이 비무장 흑인 용의자를 체포하다 사망케 한 사건) 같은 전국적인 반응을 목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시위가 5일째 잦아들지 않자 이란 정부는 이례적으로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하메네이는 유족들에게 대표단을 보내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이란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OHCHR)는 20일 성명에서 “여성을 때리고 곤봉으로 구타하고 경찰차에 던지는 등 폭력적 처우가 담긴 수많은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맬리 미국 이란특사는 지난 16일 트위터를 통해 여성에 대한 부당한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나세르 카나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란의 내정과 관련된 미국 당국의 개입적 발언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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