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푸틴의 '도박'..러 시민까지 징집해 '확전' 압박

박용하 기자 2022. 9. 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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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황 밀리자 대국민 연설서 개전 이후 첫 동원령 공표
점령지 병합 주민투표 독려도..동원 대상자 '출국 행렬' 동요
푸틴의 전격 발표 …상트페테르부르크선 ‘계약직 군인 모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을 전격 발표했다(왼쪽 사진). 전날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에 계약직 군 복무자를 모집하는 모병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 AP·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처음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고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친러 세력들이 계획한 병합 투표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전쟁이 확대될 여지도 키웠다.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나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은 군 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주권 및 영토 보전을 위해 부분적 동원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부분 동원령에 서명한 사실을 밝혔다. 예상되는 징집 규모는 30만명가량이다.

그간 러시아는 국민의 동요를 막기 위해 동원령을 선포하지 않았으나, 최근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점령지를 잃자 병력 보충 등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전날 ‘동원’과 ‘계엄’, ‘전시 상황’ 등의 개념을 반영하고 병역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푸틴 대통령에 이어 연설에 나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내부 동요를 막으려는 듯 학생을 징집하진 않을 것이며, 예비역 시민들만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미 동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dpa통신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말까지 튀르키예로 가는 항공편이 부분 동원령 발표 몇 시간 전에 매진됐다. 잠재적 동원 대상자들이 서둘러 러시아를 떠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지역 등의 친러 임시정부가 이달 23~27일 러시아로의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지지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들이 내릴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며 “노보로시야의 역사적 땅이 키예프(키이우) 정권의 멍에 아래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보로시야는 18세기 러시아제국의 영향권에 있던 지역들을 뜻하는 것으로, 푸틴 대통령은 이를 통해 강력한 러시아로의 회귀를 강조하고 있다.

애초 이번 투표는 11월4일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크게 앞당겨졌다. 이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다수의 점령지를 내주고, 중국·인도로부터도 종전에 대한 압박을 받는 등 궁지에 몰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동원령과 함께 점령지 병합이란 카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이다.

점령지 병합은 러시아에 여러 전략적 이점을 줄 수 있다. 아직까지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는 9만㎢ 이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5%에 해당한다. 이는 헝가리나 포르투갈의 전체 면적에 육박한다. 이 정도 영토를 장악한 채 종전 수순에 들어가면 당초의 전쟁 목표를 완벽히 달성하지 못했다 해도 체면을 살릴 수 있다.

병합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의 추가적인 영토 수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러시아가 병합 지역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면 핵무기 사용의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와 서방이 직접 대결하는 양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서방의 반러시아 정책이 선을 넘었다” “서방이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전쟁을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로 표현했다. 러시아 정치연구단체 ‘알폴리틱’의 설립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로이터에 “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한 명백한 최후통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주민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주민투표 강행 시 모든 대화 기회가 차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의 그 어떤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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