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으론 처음..유엔 연설서 '북한' 언급 배제 왜?

심진용 기자 입력 2022. 9. 21. 21:03 수정 2022. 9. 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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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구상' 즉각 거부 뒤 긴장감 높아진 상황서 자극 피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노린 듯.."관심 촉구는 했어야" 지적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를 21번, ‘유엔’을 20번, ‘연대’를 8번 언급했다. 11분간 연설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유엔총회 연단에서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역대 한국 대통령은 그간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유엔총회에서 처음 연설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어김없이 북한을 말했다.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5차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했고, 거의 매번 북핵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포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을 거론했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는 2009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북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구상을 제시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2014년 연설에서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최근 북한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담대한 구상’ 제안에, 북한은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즉각적 거부 반응을 보였다. 지난 8일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핵무력 정책 법제화 등 북핵을 둘러싼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1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전혀 거기(담대한 구상)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유엔총회장에서 말할 필요는 없다는 전술적 계산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설에서 북한이란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게 오히려 더 공격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며 “대량살상무기·인권유린 문제를 지적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노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보도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이라고 하는 특정한 교우에 대해서만 좀 집착해왔다”고 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엔총회 연설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없는 연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우리의 핵심 과제인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무엇을 위한 유엔총회 연설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가 동아시아 정치와 안보를 좌우하고,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니 관심을 촉구하는 얘기 정도는 했어야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의 핵실험 재개나 추가 핵도발 감행 때는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달라”고 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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