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놓고 끝까지 신경전..윤 정부 외교력 시험대

대통령실 오전까지 일정 공지 안 해.."한·미 정상은 만날 것"
회담 추진 과정 비판 불가피..일본선 "기시다 불쾌감" 보도

유엔총회 연설하는 윤 대통령…영국 총리와 대화하는 기시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사진 왼쪽)는 이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욕 | EPA·AP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 양자회담 여부가 21일(현지시간) 오전까지 안갯속 상황을 이어갔다.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진통이 계속되면서 윤석열 정부 외교력은 시험대에 섰다. 막판 물밑 조율을 통해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대통령실이 두 회담을 유엔총회 연설 외 ‘핵심 정상 외교’ 일정으로 꼽아온 만큼 성사 여부와 내용이 순방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까지도 한·미, 한·일 회담 일정을 확정 공지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당초 뉴욕에서의 외교 관련 일정이 확정되면 공지할 계획이었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양자 정상회담 일정을 공지하는 데 그쳤다. 주요 외교일정을 당일 공개하지 못하는 건 이례적이다. 두 양자회담을 놓고 물밑 조율이 계속되면서 일정과 최종 성사 여부가 유동적인 상태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 여부를 두고 “진전된 상황이 나오는 대로 바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는 “한·미 정상 간 회동은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2년9개월여 만에 양자 형식으로 만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성사될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선 처음이다. 강제동원 문제 등 양국 관계개선의 핵심 쟁점에서 의견 접근을 이룰지가 관건으로 꼽혔지만, 회담 여부를 확정하는 것부터 난관이 계속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회담 합의 후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회담을 못 박은 뒤 논란이 일자 “노코멘트”(지난 19일, 고위 관계자) 등으로 공개 입장 표명 수위를 낮춰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회담 성사 공표 이후 ‘불분명’ → ‘불쾌감 표명’으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 기시다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현재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고, 한국 정부 발표에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말자”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보도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일 정상회담이 물밑 조율을 통해 최종 성사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회담이 열릴 경우에도 강제동원 문제 등 특정 의제를 두고 결론을 내는 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담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 외교력을 두고 논란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최종 성사시키는 과정이 외교적으로 섬세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예정대로 윤 대통령 뉴욕 순방 중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지난 20일에서 이날로 하루 미뤄지면서 각국 정상과의 릴레이 양자 회담도 유동적 상태가 됐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하는 만큼 이를 전후해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

뉴욕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