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파업 때 '개인 폭력' 처벌..손배소 원천봉쇄 아니다
노조 규모·재정 등 따져 상한액 차등…손배소 악용 막자는 것
노조 존립이 불가능할 땐 손배소 막아…특고·플랫폼도 포함
기업이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내세워 파업을 ‘원천봉쇄’할 수 없도록 하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 15일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민주당도 ‘7대 입법과제’에 포함하자 여당과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을 ‘황건적 보호법’이라고 지칭하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건의하겠다”고도 했다. 경영계도 “불법파업까지 손배소를 금지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이 불법행위마저 인정하자는 법안일까? 정의당과 민주당이 힘을 모아 발의한 법안 내용을 살펴봤다.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되 그로 인한 폭력과 파괴행위는 면책하지 않도록 예외를 뒀다. ‘쟁의행위 등이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조항에서도 ‘폭력이나 파괴로 인해 발생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대표 발의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란봉투법에도 불법행위에 대한 것은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그렇지 않은 정당한 쟁의행위조차 손배가압류로 노동3권을 막는 것에 대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손해배상 소송을 하되, ‘악용’할 수는 없도록 제한을 뒀다. 천문학적인 ‘손배소 폭탄’으로 노동자들의 생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손해배상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제한했다. 대신 ‘손해배상액 상한을 사업장별 조합원 수·조합비·노동조합의 재정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정당하고 평화적인 파업을 조직하거나 참가한 것을 이유로 체포 또는 구속조치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불법까지 보호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위법한 파업에 대해서는 벌금 등 형사처벌 할 수 있는데, 다만 그 처벌이 위반의 심각성에 ‘비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해당 노조에 위협적인 액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손배소 액수에 대한 정비 필요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정안에는 전통적인 고용형태를 벗어난 특수고용(특고)과 플랫폼노동 등도 노동자 규정에 포함하고, 이들의 수행업무에 사실상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 범위로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ILO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원칙)를 비준했고, 지난 4월부터 발효됐다. 그러나 특고는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특고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가 자신들의 권익 증진·방어를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결사의 자유를 향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시민·법률단체가 모여 만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신청은, 사용자의 재산권을 보전하는 수단이라는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권여당 대표 등 관련자들의 일련의 발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권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사법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노조와 노동자는 부당노동행위 제도에 따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사용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는 새로운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제한 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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