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침공 상황 대비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이례적 언급
"어떤 것이든 비상계획 세워"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반도와 주한미군 임무에 미칠 영향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대만 유사시 관련 대응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이 대만 침공 시 방어할 것”이라는 발언에 이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 고조가 주한미군과 한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미연구소(ICAS) 주최 화상 심포지엄에서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군 지도부와 한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 임무는 한반도를 방어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아시다시피 사령관이나 지도자들은 그 어떤 것과 관련해서도 비상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도 겸하고 있는 그는 대만 관련 비상계획의 방향이나 내용 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의 2차, 3차 파급 효과를, 대만 시나리오의 2차, 3차 영향이 무엇일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신중한 처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예로 들어 “한 지역에서 시작된 일은 매우 빠르게 역내 그리고 세계로 확산한다”고도 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미군의 대만 방어 시 미국민이나 의회, 정부 등이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기대할 것이라는 지적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각자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한국인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들은 베트남에서 우리와 같이 싸웠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과거 미국이 개입된 분쟁에서 미군을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만 유사시 한국의 지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방어를 위해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책임자가 대만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는 이날 “한·미 동맹이 북한 억지를 넘어서 중국과 러시아를 주시하는 쪽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한·미 동맹의 역외 확장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미·중 군사적 충돌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 문제를 명시한 이후 한국과의 주요 협의 계기로 나오는 결과물에 ‘양측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를 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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