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 줄이고 대출도 완화..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미분양·거래절벽 해소 이유라지만 집값 불안정 초래 우려도
정부가 21일 지방광역시 등 전국 기초지자체 46곳(일부 중복)의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부동산 규제완화를 단행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본격화된 2020년 6월 이래 최대 규모의 규제지역 해제조치다.
전국 기준 아파트 가격이 19주 연속 하락하는 등 부동산 가격의 하향안정화 추세가 뚜렷해졌다는 정부 판단이 작용했다. 미분양 주택 증가, 극심한 거래절벽 현상의 지속 등을 감안해 규제를 풀어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이번 규제 해제로 부동산세 부담이 줄어들고 대출규제도 완화돼 일부 중저가 주택 거래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수도권이 여전히 규제로 묶여 있고, 고금리에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데다 하반기 경기 악화 우려도 있어 단기간에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 하락세가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규제 다시 수도권으로 ‘집중’
규제가 해제된 46곳 중 세종(2017년 지정)을 제외한 지역은 모두 2020년 6월 이후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이다. 이들 지역에선 최근 몇 달 새 주택 가격 하락이 계속되자 지자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규제지역 해제 요구가 제기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보다는 연착륙을 유도해 부분적으로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의 조치”라며 “가격 폭등 과정 중 불가피하게 규제가 늘었다면 반대 상황(가격 폭락)이 벌어지기 전에 규제를 푸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내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시장 상황과 향후 경기 위축 및 수요 부재로 집값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 규제지역 해제가 집중됐다”며 “역대 최저치의 월별 주택거래량과 매매·전세가격 조정 등을 고려하면 해제 이후에도 분양과 매매 시장의 과열 재현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파주·동두천 등 외곽지역 5곳을 제외하면 기존 규제지역이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인천은 최근 들어 송도 지역 실거래가가 최고가 대비 수억원 하락한 사례가 나온 점을 감안해 연수·남동·서구의 규제지역 지정 수위를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낮추는 선에서 조정했다.
세종은 2017년 8월 지정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규제가 5년 만에 해제됐다. 다만 가격 하락세에 비해 올 들어서도 청약경쟁률이 많게는 수천 대 1에 달하는 등 투기 우려가 상존하고, 추가 개발에 따른 가격불안 가능성도 있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게 됐다.
■업계 “시장 영향 제한적”
부동산업계는 이날 조치가 가격 하향세에 접어든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큼의 효과나 파급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수도권 지역에 규제가 그대로 적용돼 부동산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됐던 2주택 이상 취득세 중과가 일반세율로 바뀌면서 일부 지방권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가 다소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급격한 금리 인상, 주택가격 고점 인식 때문에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이 규제지역 조정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단기간에 대출 등 다른 부동산 규제가 크게 완화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거래가 끊긴 상태여서 해제해도 투기 수요가 일어나거나 시장이 다시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거나 경착륙 가능성이 있으면 정부가 재차 규제완화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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