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公, 신당역 분향소에 피해자 실명 노출.. 직원들 "두번 죽이는 일"

최종석 기자 2022. 9. 2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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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면서 취재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뉴스1

서울교통공사가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피해자의 실명이 적힌 위패를 탁자 위에 올려 놓아 논란이 일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사가 또 황당한 일을 해 피해자를 두 번 죽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이날 오전 본사와 사업소 등 20곳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신당역 피해 직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고인께서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따뜻한 메시지로 함께하는 마음을 남겨주세요’라는 공지문을 붙이고 조문객이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는 조문록을 비치했다.

문제는 일부 분향소 탁자 위에 피해자의 실명이 그대로 적힌 위패를 올려 놓은 것이다. 공사 직원 A씨는 “분향소를 건물 출입구에 설치해 지나가는 시민들도 피해자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일부 분향소에서 피해자의 이름이 공개되는 문제가 확인돼 곧바로 위패를 내렸다”고 말했다.

또 공사는 사건 발생 이후에도 내부 전산망에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그대로 공개했다가 사건 발생 7일째인 지난 20일에야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비공개로 전환했다.

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인 박찬성 변호사는 “(심지어)성희롱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실명을 비공개로 하는 게 원칙인데 공사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이번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나온 전씨는 피해자를 불법 촬영하고 스토킹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다”고 했다.

전씨는 스토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18일 징역 9년이 구형됐다. 그는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9시쯤 신당역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은 “전씨가 징역 9년이라는 중형을 받게 된 것이 피해자 때문이라는 원망에 사무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구형 받은 당일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달 18일부터 범행일인 이달 14일까지 4차례에 걸쳐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옛 집주소와 근무 정보 등을 확인했다. 이달 5일부터 14일까지는 5차례 피해자의 옛 집주소 근처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조회해 근무지에서 범행한 점, 흉기와 샤워캡, 장갑 등을 집에서부터 챙겨 온 점, GPS 조작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점 등 계획 범죄로 볼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김수민 형사3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린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철저한 보강 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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