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서 샀는데, 뒤통수 때린 전기차"..'석탄차' 변질, 다시 살맛나려면 [왜몰랐을카]

최기성 2022. 9.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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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대신 석탄' 쓰는 전기차
폴스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
친환경성에 동물복지도 고려
폴스타2(왼쪽), 테슬라 모델3 [사진출처=폴스타, 테슬라]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모델3는 서서히 다가오던 전기차 시대를 급속도로 앞당겼다.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위력을 키운 모델3에 자극받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포르쉐,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폴스타, 폭스바겐, MINI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 다퉈 진출했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카를 밀어내고 '친환경차 대세'가 됐다. '전기차=선, 석유차=악'이라는 선악 이분법도 등장했다.

1886년 세계 최초 자동차 특허를 받은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 이후 130년 넘게 주도권을 차지했던 가솔린·디젤차 시대는 종식을 앞두게 됐다.

예상보다 빠른 전기차 시대, 부작용 속출
전기차 충전 [사진출처=매일경제DB]
빨리 먹으면 체한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급하게 열린 전기차 시대는 충전 시스템 부족, 화재 발생, 전기료 인상 등 암초를 만났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가장 강력한 존재가치인 '친환경'이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 생산 충전 전력이 친환경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석유차 천적이 된 전기차가 사실상 '석탄차'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전기차는 화석연료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배출가스 제로(0)'다. 단, 주행 단계에만 해당한다.

전기차를 생산하고 운행하는 과정에서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발생한 천연가스 대란에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7월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탄 소비는 지난해보다 0.7% 증가한 80억7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과 같은 수준이다.

EU의 올해 석탄 소비는 4억7600만t으로 작년보다 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폐쇄하려던 석탄발전소 수명을 연장하거나 기존 석탄발전소의 가동 시간을 늘리기 때문이다.

전기차 생산·충전, 화석연료 의존도 높아
서울 중구 충정로역 인근에 설치된 배출가스 5등급차량 도심 진입제한 안내 표지판 아래로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자료 사진 [사진촬영=한주형 기자]
한국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 에너지 생산비율은 35.6%다.

전기차 생산공장·운행 지역에 공급되는 전력의 종류를 분류하지 않고 단순 수치상으로 계산할 때 전기차 생산·충전용 전기 35% 정도는 친환경과 거리가 먼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화석연료를 통해 전기차를 생산한다면 전기차 출발은 친환경과 멀어진다. 전기차 충전용 전기까지 화석연료로 만든다면 친환경 의미는 더욱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폐기하는 과정을 포함하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도 내연기관차 못지않다.

환경부가 2016년 수행한 '자동차 온실가스 라이프사이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분석' 연구에서는 단순 운행 기준으로 1㎞ 주행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기차가 86.9g으로 디젤차(137g), 가솔린차(177.4g)보다 적다고 나왔다.

하지만 차량·배터리 생산·폐기 과정을 포함하면 전기차가 1㎞ 주행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49.12g으로 가솔린·디젤차(44.55g)보다 10%(4.57g) 더 많았다.

폴스타, 지속가능성으로 '살맛' 높여
프레드리카 클라렌 폴스타 지속가능성 총괄 [사진제공=폴스타]
전기차 후발주자인 폴스타(Polestar)는 전기차가 석탄차 오명을 벗고 다시 '살맛'나게 하려면 친환경 생산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폴스타는 살맛나는 전기차로 지속가능한 미래와 지구 생태계 공존을 실천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부서를 따로 만들었다. 책임자는 프레드리카 클라렌(Fredrika Klaren)이다.

그는 스웨덴 샬메르스 기술대학교에서 토목 공학을 전공한 뒤 이케아(IKEA)와 패션소매업체에서 10년 동안 지속가능성 업무를 담당했다. 폴스타에는 지난 2020년 합류했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폴스타2 내부 [사진출처=폴스타]
클라렌 지속가능성 총괄은 지난 6일 화상 연결을 통해 한국 기자들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폴스타 공장은 100%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폴스타2는 물론 앞으로 생산할 폴스타5도 신재생 에너지로만 생산된다"며 "중국 청두 공장은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VBC)가 제정한 세계 3대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에서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클라렌 총괄은 신차 생산뿐 아니라 연식변경 단계에서도 성능·편의성 향상은 물론 환경과 윤리적 문제 등 지속가능성 측면을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공개한 업데이트 폴스타2는 디자인과 편의성 등 차량 자체 변화뿐 아니라 차량 생산 때 발생하는 온출가스 배출량을 한 대당 1350kg 줄였다"며 "알루미늄 소싱 및 생산단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저탄소 알루미늄휠을 탑재하는 등 생산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가능했다"고 밝혔다.

폐배터리 아나바다, 선택 아닌 필수
폴스타2 [사진출처=폴스타]
폴스타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폐배터리 다시 쓰기' 전략도 짜고 있다. 폐배터리 다시 쓰기는 재활용과 재사용 2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활용은 사용 후 배터리에서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회수한다. 배터리 원료를 다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광산'으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추출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재활용이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으로 재활용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추출 기술도 폐배터리에서 주요 금속의 70~90%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재사용은 폐배터리 상태를 점검한 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기차용으로는 쓸모가 다한 배터리도 신품의 60~80% 수준의 성능은 보유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소재 [사진출처=폴스타]
폴스타는 지속가능성 가치를 지키려면 배터리 다시 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여긴다.

클라렌 총괄은 "전기 모빌리티 시대에서 지속가능성 가치를 지키려면 무엇보다 순환성이 보장된 배터리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배터리 소재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폴스타는 스웨덴·미국·중국에서 자체 운영하는 배터리 센터를 통해 수명이 다하거나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있다"며 "SK와 협력해 폴스타2 이후 후속모델에는 지속가능성을 강화한 친환경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알려줬다.

소비자·기업 모두 만족하는 지속가능성
폴스타 오투 콘셉트 [사진출처=폴스타]
폴스타는 환경오염도 줄이고 동물복지도 실천하기 위해 재활용 및 비건 소재를 적극 사용한다.

폴스타2는 재생 플라스틱 및 비건 소재를 인테리어에 사용하고 있다. 다이버 복장에서 영감을 받은 위브테크(WeaveTech)는 PVC 소재로 가죽보다 가볍다. 또 모든 가죽은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폴스타는 전기차 생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재생, 순환, 폐기물 활용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렌 총괄은 "폴스타는 육류를 위해 사욕된 소에서 생산된 가죽을 사용하고 아마존에서 사육하는 등 숲과 경쟁하는 업체의 소 가죽은 쓰지 않는다"며 "폴스타와 함께 하는 업체들은 재생, 순환, 폐기물 활용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의 노력과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면서도 제품 품질, 소비자 만족, 기업 이윤을 모두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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