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2인1조

세상엔 둘이 협업하는 일이 많다. 영화 <투캅스>에 그려진 경찰의 순찰·출동·매복은 둘이 한조이고, 군대 초소도 2인1조로 교대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일도 쉬워지고, 의지되며 안전하고, 예기치 않은 사고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도둑도 훔치는 이 망보는 이가 따로 있다. 탁구·배드민턴·볼링·당구·피겨·봅슬레이·요트같이 스포츠에도 복식이 꽤 많고, 근래엔 ‘페어 바둑’이나 ‘페어 다이빙’도 생겼다. 3인조가 원칙인 쓰레기 청소차(운전사·청소원 2명)도 있지만, 협업의 십중팔구는 사수·조수나 두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2인1조’는 아프고 절박한 말이기도 하다.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군(당시 19세)이 열차에 치였고,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24세)가 컨베이어벨트에 휘감겼고, 2021년 5월 평택항 부두에서 이선호씨(23세)가 300㎏의 철판에 깔렸다. 모두 동료나 신호수 없이 홀로 일하다 죽고, 끼니 때우던 가방 속 컵라면이나 ‘효심’이 세상을 울린 비정규직 청년들이다. 하지만 그때만 떠들썩했다. 2020년 1월 시행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에도,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위험한 작업장의 2인1조 작업’은 법제화되지 못했다. 그걸 원칙으로 한다는 정부 지침만 2019년 공공기관에 권고됐다. 민관 공히 지키는 곳도 아닌 곳도 제각각인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그 사각지대에서 평택항 사고가 났고, 건설·조선·제철소·시멘트 공장이나 에어컨 설치·맨홀 작업장에서 홀로 일하던 이들의 죽음이 판박이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에서도 홀로 순찰 돌던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 살해’를 당했다. 또다시 2인1조 얘기가 불거졌다. 서울 지하철역 10곳 중 4곳은 단독 순찰이 불가피한 ‘2인 근무역’이라고 한다.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20일 국회에서 “여성 직원의 당직 횟수를 줄이겠다”고 했다. 여성의 채용·근무를 차별하고, 또 하나의 ‘펜스룰’만 칠 수 있는 오답이다. 남녀 구별 없이 혼자 순찰할 수 있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고, 가능한 숫자까지 필요 인력은 충원해야 한다. 달(불안한 세상)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대증요법)만 쳐다보는 일은 더 없어야 한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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