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집값 안정 기조 훼손 안 된다
국토교통부가 21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서울과 수도권 인접 도시를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를 풀기로 했다. 우선 비수도권 광역시(부산·대구·울산·대전·광주)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모두 제외된다. 이들 지역은 오는 26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나 2주택 시 취득세 중과 등의 규제가 사라진다. 충북 청주, 충남 천안·논산·공주, 전북 전주완산·덕진, 경북 포항, 경남 창원성산 등 지방 도시들도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됐다. 세종 지역도 규제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되 조정대상지역은 유지했다. 인천 연수·남동·서구도 마찬가지다. 경기에서는 안성·평택·양주·파주·동두천 등 5곳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었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해제에 대해 주택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금리가 오르고 있어 집값 급등기에 만든 규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각종 부동산 가격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리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가 어려워져 주택 가격의 하향 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금이 주택 규제를 완화할 시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현장에서는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급매로 한두 채 거래되는 일부 사례가 주택 시장을 과잉 대표하고, 가격 통계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집값이 2~3배 수직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집값 하락폭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서울과 수원·과천·성남 등 인접 도시는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유지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이들 지역에서도 규제 완화 요구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폭락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물이 차갑다고 수도꼭지를 급격히 반대로 돌리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다고 갑자기 규제를 풀면 투기 수요가 살아나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집값 하락으로 ‘깡통 전세’ 가능성에 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부동산 규제를 풀어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부동산 폭락을 우려한다면 5년간 주택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책부터 수정해야 한다. 부동산은 민생의 핵심이다. 부동산 안정 기조를 흔드는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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