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北 미사일 요격' 계획 부정하던 美 물리학회, 끝내 오류 인정

최정석 기자 2022. 9. 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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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에 띄워놓은 드론으로 격추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지난 7개월간 이어진 논쟁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프레더릭 램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를 포함해 13명의 물리학자와 기술자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드론으로 북한 ICBM을 격추하는 게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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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어렵다" 평가한 보고서 홈페이지 삭제
드론에서 쏜 요격미사일 속도 계산 실수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 발사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에 띄워놓은 드론으로 격추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지난 7개월간 이어진 논쟁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오던 미국 물리학회가 실수를 인정하며 기존 주장이 담긴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삭제 조치했기 때문이다.

1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2월 미 물리학회가 출간한 연구 보고서 ‘탄도미사일 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가 지난 5월 물리학회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프레더릭 램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를 포함해 13명의 물리학자와 기술자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드론으로 북한 ICBM을 격추하는 게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결론내렸다.

앞서 리차드 가윈 박사와 시어도어 포스톨 메사추세츠 공대(MIT) 명예교수는 지난 2017년 이후부터 드론이 발사한 요격미사일로 ICBM을 파괴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북한이 평양에서 진행했던 미사일 비행 실험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자 이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진 상황이었다.

ICBM은 발사대에서 목표 지점까지 포물선으로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기권 밖으로 한 번 나간 뒤 다시 들어온다. 대기권 밖에서 탄두를 아래로 꺾은 뒤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하는 ICBM은 최고속도가 마하24(시속 2만8800㎞) 수준으로 매우 빠르다. 이 상태에서 탄두를 100% 정확히 요격하는 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이에 가윈 박사와 포스톨 교수는 발사 직후 탄두를 위로 향한 채 서서히 속도를 높이는 ICBM을 요격하는 게 더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이에 동해 인근에 미리 드론을 띄워놓은 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미사일이 내뿜는 불꽃을 쫓아가는 요격미사일을 드론이 발사해 ICBM을 공중에서 터뜨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 물리학회가 이 계획을 부정적으로 본 핵심 근거는 드론이 쏜 요격미사일의 속도다. 미 물리학회 보고서는 요격미사일 속도를 초당 2.5마일(약 4㎞) 이하로 계산했다. 요격미사일은 약 195초 동안 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요격미사일로 ICBM을 쫓아가려면 드론이 북 해안선과 아주 가깝게 접근해야 하는데, 이러면 드론이 북한군에 발각돼 격추될 거라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그런데 이는 미 물리학회의 계산 실수였다. 요격미사일 속도는 초당 3.1마일(약 5㎞) 이상이었다. 비행시간이 195초임을 감안하면 요격미사일은 1000㎞ 가까운 높이까지 ICBM을 쫓을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이면 드론을 북 해안선으로부터 약 100마일(160㎞) 떨어진 곳에 띄울 수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가윈과 포스톨은 해당 보고서 저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고 결국 미 물리학회는 오류를 인정했다. 미 물리학회가 출범한 후 지금껏 123년이 지났는데, 학회가 공개적으로 자신들이 오류를 인정한 건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다만 이 보고서가 수정돼 최종본이 나오기까지는 1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프랜시스 헬먼 UC 버클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NYT에 “보고서에 관여한 학자들과 학회 직원들이 수십 명으로 많아 수정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드론 작전’을 구상한 핵심 인원인 가윈 박사는 1928년생으로 올해 94세다. 반 세기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정부에 안보 관련 자문을 제공해온 그는 지난 1951년 23살이던 당시 세계 최초로 수소 폭탄을 설계해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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