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부산비엔날레..미술관 밖 미술관

최재훈 2022. 9. 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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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부산항과 세월을 함께 한 1부두 창고.

북항 재개발 공사 속에서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 결정이 내려진 이 창고가 미술관으로 변신했습니다.

이주민들의 노동 현장이었던 이곳은 '이주'와 '여성 노동자'라는 올해 부산비엔날레 주제와 딱 맞아떨어지는 공간입니다.

떠남과 머무름, 출발과 귀환의 장소 부산항.

전쟁과 근대의 풍파를 겪었던 이 부두에서 스러져 간 무수한 영혼을 위한 제단이 작품이 됐습니다.

수명을 다한 한국 컨테이너선이 해체되는 파키스탄의 한 조선소.

그곳에서 일하는 저임금 이주 노동자와 해체 선박이 나누는 상상의 대화는 해체되는 게 선박뿐 아니라 조선소 주변 생태계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수리 조선소가 모인 영도 깡깡이 마을에서 자란 김도희 작가는 선박에 붙은 따개비와 녹을 망치와 연마기로 제거하는 깡깡이 작업으로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고된 노동이 만들어낸 페인트 벗겨진 흔적은 잘린 나무의 나이테처럼 힘든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고 잘린 손가락을 새우깡으로 이어 붙인 사진은 그래서 희극적이지만 너무나 슬픕니다.

[홍지영/부산비엔날레 전시팀장 : "(부산항은) 세계와 연결되는 관문이자 통로의 역할을 오래도록 해왔고, 부산을 근대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거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산항의 상징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면 전쟁과 근대화의 장면, 그리고 성장하는 도시와 자신의 공간을 잃고 밀려난 이들의 모습이 영사됩니다.

자본주의 성장과 함께 사람보다 더 자유로워진 컨테이너 속에서 인간의 소외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1부두 창고에 버려져 있던 낡은 닻에 연결된 사슬들은 전 지구적 통신체계인 해저 광케이블을 상징합니다.

이 사슬들은 서로 연결돼 지탱하며 공중에 떠 있지만 하나가 끊기면 닻과 같이 내려앉게 될 위태로운 현대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1부두 창고가 바라보는 영도의 한 폐공장도 미술관이 됐습니다.

이주와 노동의 섬, 영도에서 선박 부품을 만들던 이 공장은 태풍으로 건물 지붕과 벽체 일부가 날아가 골조가 드러나 있습니다.

그 안에는 공장만큼이나 상처 입은 듯한 작품이 찢기고 풍화된 삶의 흔적을 철과 천으로 거칠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김성연/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 : "이번 주제처럼 부산의 형성과정, 근대의 모습들을 작품과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 같고 또 이들이 세계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함께 고민하면서 함께 생각하면서 즐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귀환 동포와 피란민을 안으며 부산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산복도로의 낡은 집 한 채도 전시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는 신발공장 노동자 춘자와 일본인 신발 기술자의 아내 하루코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1960대를 배경으로 한 영상소설 공간이 현실에서 되살아납니다.

부산현대미술관 외에 부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 공간.

부산항 1부두와 영도, 초량이, 부산비엔날레 작품을 부산답게 오롯이 품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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