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잡기'에만 혈안된 집권여당, 국민의힘

유설희 기자 2022. 9. 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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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21일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전 대표의 성비위 관련 혐의(알선수재)를 수사한 경찰이 불송치했지만 국민의힘은 무고죄 수사 결과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위해 출발한 지난 18일 이 전 대표 추가 징계를 개시했다. 집권여당이 민생현안이 산적한 정기국회 시즌에 무리한 ‘이준석 찍어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 이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제51민사부(재판장 황정수 수석부장판사)가 아닌 다른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해달라고 요청했다. 1차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판사가 정치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했기 때문에 같은 판사가 2~5차 가처분 사건까지 판단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황 부장판사와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이유도 댔다. 이 전 대표 측에서 문제를 삼을 법한 일인데 거꾸로 국민의힘 측에서 기피 사유로 들고 나온 것이다.

남부지법 측은 가처분 신청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사실상 제51민사부 하나라는 설명을 내놨다. 다른 재판부는 제51민사부의 친족 관련 사건만 맡는 ‘예비재판부’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의 재배당 요청이 거부된 것이다.

당내에서는 재판부 변경 신청을 비롯해 ‘이준석 제명’을 목표로 무리수를 이어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이 전 대표의 성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준석 축출’을 위한 무리수를 뒀다. 징계로 인한 대표 부재를 ‘사고’로 해석해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했지만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노출로 인한 이른바 1차 문자 파동이 일어났다. 이후 당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해석하고 지난달 9일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했다. 지난달 26일 법원이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판단하면서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됐다.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 취지대로 최고위원을 추가로 뽑아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회복하는 선택을 하지 않고 ‘정진석 비대위’ 출범을 강행했다. 지난 19일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징계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문자메시지가 노출되는 2차 문자파동까지 발생했다. 이 전 대표를 징계한 윤리위의 공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한 영남 지역의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처음부터 무리하게 비대위로만 가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라고 말했다.

당 윤리위원회가 지난 20일 경찰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둔 지난 18일 ‘법 위반 의혹’이라는 사유를 들어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개시한 것도 국민의힘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면 징계하고, 불송치되면 징계하지 않겠다는 취지인데,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전 징계를 개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그렇게 따지면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 전부 징계가 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전 대표의 무고죄 수사 결과가 기소 의견 송치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나중에 기소되면 공소장을 보라”며 이 전 대표의 의혹이 사실이라고 자신만만해했다. 전날 2차 문자 파동으로 윤리위원직을 사퇴한 유상범 의원 역시 지난 20일 MBC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를 경찰이 소환 조사한 것과 관련해 “(검사장이었던 저의) 전문가의 판단으로 본다면 그 부분에 대한 어느 정도 입증이 돼 있지 않나 이렇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오는 28일 ‘정진석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 심문기일 전 이 전 대표를 무고죄로 송치한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당일 윤리위를 열어 그를 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역시 이러한 ‘제명 시나리오’를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를 제명해 ‘당원’이라는 당사자적격(소송사건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잃게 해 가처분에서 ‘각하’가 나오도록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가처분 소송에서 이 전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 상태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소송 과정에서 원고가 당사자적격을 유지해야 하는 건 맞지만 자격이 변경된다고 해서 곧바로 각하 판단이 내려지지는 않고, 이에 대한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것처럼 무고죄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지는 미지수다. 무고죄의 경우 공소시효 도과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이달 말에 하지 않고 더 늦출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을 이유로 제명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발언을 문제삼아 제명할 경우 법원에서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통화에서 “양두구육 등 발언으로 제명을 한다면 법원에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론의 역풍도 예상된다. 영남지역 초선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도가 역풍을 맞았던 것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준석 잡기할 시간에 물가와 환율을 잡았으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한다”고 남겼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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