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없이 겨울 보낼라..러 가스 끊긴 獨, 자국 에너지기업 국유화 속도

獨 최대 가스업체 유니퍼 지분 98.5% 인수 합의..유니퍼, 러 공급 중단 후 손실만 11조7571억원..정부, 유니퍼 구제금융에 40조원 이상 투입할 듯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재정 위기에 놓인 자국 최대 가스업체 '유니퍼'를 수십조원 들여 국유화를 추진한다.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등 에너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이날 유니퍼의 최대 주주이자 모기업인 핀란드 에너지 기업 포르툼이 보유한 유니퍼 나머지 지분을 5억 유로(약 6915억원)에 인수하기로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포르툼은 앞서 유니퍼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었고, 지난 7월 독일 정부와 지분 30% 매각에 합의했다.

연말까지 거래가 완료되면 독일 정부는 포르툼이 보유한 기존 지분에 증자 지분까지 더해 유니퍼 지분 98.5%를 보유하게 된다. 유니퍼는 전날 공시를 통해 "독일 연방정부가 포르툼과 지분 인수를 위한 최종 협상을 추진 중"이라며 "정부가 80억 유로(약 11조원) 증자를 포함한 새로운 구제금융 패키지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마르쿠스 라우라모 포르툼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유럽 에너지 시장과 유니퍼 경영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유니퍼 매각은 올바른 조치"라며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유니퍼는 그간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해 독일 내 도시가스공사, 에너지기업 등 수백 곳에 판매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달 초부터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유니퍼는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러시아의 공급 중단으로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는 현물 시장에서 가스를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이후 유니퍼의 손실은 85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유니퍼의 주가를 올해에만 90%가량이 폭락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 2월 말 이후의 하락률은 85% 이상에 달한다.

독일 최대 가스 판매업체인 유니퍼의 운영난 심화에 독일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금융 지원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지난 7월 유니퍼 지분 30% 인수 등 구제금융에 15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정부는 인수 지분율을 높였고, 유니퍼 구제금융에 투입되는 자금은 당초보다 2배가량 많은 290억 유로(약 40조2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가스 수요량이 많아지는 겨울철을 앞두고 주요 가스 기업들에 대한 국유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독일 정부는 VNG, SEFE 등 다른 가스 기업 두 곳에 대한 국유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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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