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교보 생명, 환헤지에 속앓이

생보사 해외 투자자산 90조원대
고환율 채권 평가익 늘어났지만
환헤지 비용 커져 손익 악화 우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치솟은 원·달러 환율 영향으로 국내 보험사들의 외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90조원이 넘는 해외 투자자산이 자칫 수익성을 해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유가증권 투자의 해외채권 평가이익은 확대되지만, 환율 헤지(위험 회피)비용은 크게 증가하면서 손익이 악화할 수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생보사들의 외화유가증권은 92조8035억원으로 나타났다. 외화유가증권은 전체 유가증권 자산의 16.5%를 차지해 생보사 주요 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생보사 빅3로 꼽히는 대형사의 외화유가증권 보유액이 컸다. 삼성생명 18조5968억원, 한화생명 15조4900억원, 교보생명 15조4484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NH농협생명(8조8802억원), 동양생명(6조6966억원), 신한라이프(3조7634억원) 등 중소형사가 뒤를 잇고 있지만 대형사와 차이가 크다. 손해보험사 역시 외화유가증권 투자를 하고 있지만 생보사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최근 외화유가증권은 불과 6개월만에 10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외화유가증권은 103조6140억원에 달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21조1628억원, 한화생명 16조7390억원, 교보생명 18조829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급격히 규모를 줄인 것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환율 변동성도 높아지면서 해외 투자보다 안전 자산을 선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에는 전달에 비해 3000억원 정도 늘었지만, 크게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생보사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자산의 현금흐름을 안정화하기 위해 통화스와프(CRS), 외환스와프(FX Swap) 등 파생상품을 통해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금보험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생보사 외화자산의 약 81%가 환헤지됐다. 해외 투자로 인한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를 더 중요시 한다는 의미다.

환헤지가 활성화한 업권의 투자 특성상 최근 급등한 환율로 인해 평가 손실을 입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환헤지 비용이 증가해 손익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 헤지 비용이 상승하면서 손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해외 투자시 환율 리스크 축소를 위해 환헤지를 한다"며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환 헤지를 위해 매입한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헤지 비용 부담 역시 커진다"고 설명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