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판결 속 줄세우기·편가르기와 지방정치의 현실

한겨레 2022. 9. 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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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5월3일,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집단소송에서 승소해 위자료 1천만원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에 2012년, 2015년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필자 등 '불온한 문화예술인' 일부는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명단 작성만으로 불법행위이며 국가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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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김준현 소위원장이 2018년 5월8일 블랙리스트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해양 | 한국작가회의 무주지부(시인)·무주군의회 의장

필자는 지난 5월3일,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집단소송에서 승소해 위자료 1천만원 지급 판결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야당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했거나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했다. 그 결과 일부는 각종 공모사업에서 배제되는 등 피해를 봤다. 이에 2012년, 2015년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필자 등 ‘불온한 문화예술인’ 일부는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명단 작성만으로 불법행위이며 국가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무려 5년 만이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특정 정치적 성향과 신념을 이유로 차별·배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 이용했고, 이는 양심의 자유,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 행위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필자는 승소 판결이 이 사건의 끝은 아니라고 본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묻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구속기소됐지만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사건 피해자로 권리를 되찾은 필자는 기초단체 의원으로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지역정치에도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승승장구하기도, 반대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각종 수혜를 누리거나 인사에 개입하는 일이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은 필자는 지방정치에서 선거를 통해 이뤄지는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를 극복하는 것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적고 경제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주민이 느끼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전국의 수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나쁜 정치인 줄세우기나 편가르기의 부작용은 그만큼 더 크다. 소규모 지자체에서는 자치단체 사업들이 가장 큰 시장이자 지역경제의 큰 축이다. 이는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그에 의존하는 영세사업자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자치단체의 각종 계약과 보조사업 선정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는지, 우리는 스스로 점검해봐야 한다.

선거는 경쟁이고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행정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통합사회를 위해서는 객관적 기준에 입각한, 공정한 행정력 집행과 재원 분배가 중요하다.

지지하는 후보를 어떻게든 당선시켜야 내가 먹고살 수 있다는 게 선거라면, 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모하며 비전 없는 정치인가. 측근정치가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양분 삼아 성장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풀뿌리 지방자치에서도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자기주장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선한 정치로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장하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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