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인명 손실 어떻길래..푸틴, 예비역 30만명 동원령

박병수 2022. 9.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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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병력 메꿔 동부 전선 방어 의도
전황 수세 몰리자 강수 두는 듯
돈바스 등 4개주 주민투표도 강행
강제 편입 뒤 '핵 위협' 가능성
우크라이나군 장병이 20일 동부 하르키우 전선에서 ‘도네츠크주’라고 쓴 입간판 앞에 서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병사 확보를 위해 전국에 ‘부분적 동원령’을 내렸다. 또 2월 말 침공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4개 주를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부족한 병력을 빠르게 메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걷어내고, 지금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신속히 영토화해 늘어지고 있는 전쟁을 끝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오전 9시 텔레비전으로 전국에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연방에서 부분적 동원령을 내리자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제안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직업군인만 동원했지만, 21일부터 예비역 등 국민들을 부분적으로 동원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우리가 직면한 위협, 즉 조국·주권·영토를 보호하고 해방된 영토에서 우리 국민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군에서 복무했던 이 가운데 특정한 군사 특기가 있으며 관련 경험이 있는 이들이 (동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 발표 직후 “30만명이 추가로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에 복무하기 위해 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를 ‘전쟁’이 아닌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며 동원령도 내리지 않았었다.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에 대한 방침을 바꾼 것은 200일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러시아군의 인명 손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지난 8월 초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군 사상자가 7만~8만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공개했다. 이후 한달 반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대규모 진격에 성공해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는 더 커졌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결정을 ‘확전’으로 가는 선택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 푸틴 대통령 자신이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특별 군사작전’의 목표가 변경되느냐는 질문에 “계획은 조정되지 않을 것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의 주요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같은 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서는 “우리는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리더십이 협상을 포기하고 군사적 수단에 의해 목적을 달성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조처는 돈바스 지역까지 파고드는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막아내려는 방어적 조처로 해석할 수 있다. 동원령을 내려야 할 정도로 러시아군이 심각한 궁지에 몰린 셈이다.

러시아는 나아가 점령지역을 서둘러 영토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주·자포리자주 등 4개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당국자들은 23~27일 러시아 편입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20일 일제히 밝혔다.

러시아군이 임명한 자포리자주의 행정책임자 예우헨 발리츠키는 “주민투표가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며 “선거가 연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르손주의 책임자 볼로디미르 살도도 러시아에 주민투표 준비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의 데니스 푸실린 역시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집집마다 방문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러시아의 주민투표 강행 방침에 대해 전쟁의 ‘새 국면’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불길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민투표로 강제 편입한 지역을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하려 공격할 경우 러시아가 이를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핵 위협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점령지의 강제병합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정학적 변화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은 범죄로서 우리는 자위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위를 위한 ‘모든 수단’이란 핵무기 사용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강제편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정례 연설에서 “우리 입장은 이런 ‘소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단결을 유지하고, 조국을 수호하며, 우리 땅을 해방하는 데 그 어떤 약점도 보이지 말자”고 당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응도 같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법을 어기는 “속임수 투표”라며 “러시아의 시도를 명백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역시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강행하는 주민투표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가 진행되면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반발했다.

박병수 조기원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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