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빌런 <3> 친구관계에서 고통 받는다면

김채호 기자 2022. 9.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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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닥터DJ 캡처


[김채호 PD] 오늘 어쩌다 빌런의 주제는 친구 관계입니다. 오늘도 도움 주실 선생님 모셨습니다.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민경입니다.

[김채호 PD] 첫 질문은 친구의 정의를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친구란 뭘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상담실에서 “친구 몇 명 정도 있어요?” “친하게 지내는 사람 몇 명이에요?”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좀 폭을 좀 좁게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을 친구라고 보통 하지는 않고 그 맥락에서 친구 의미를 조금 찾자면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도와주는 관계. 이걸 조금 폭 좁은 의미에서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그 유명한 진화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에서 나오는 던바의 수에 의하면 한 150명 정도까지를 우리가 친구 범위에 넣는다고 나와 있잖아요.

[김채호 PD] 그렇게 많이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우리가 페이스북 친구라든지 ‘느슨한 관계’로 연결된 사회망 그러니까 로빈 던바가 말하는 바에 의하면 내가 어디 버스 정류장이나 기차역에 갔는데 저기 아는 사람이 보이는 거예요. 다가가서 인사하고 싶을 정도의 사이. 근데 그게 사람들에게서 느슨한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게 한 백오십 명 정도 이렇게 될 것 같아요. 보통 “친구 몇 명이에요?”라고 물어보게 되면 사람들 머릿속에는 이렇게 좀 느슨한 관계 말고 진짜 나의 ‘찐친’ 이렇게 떠올리시는 것 같습니다.

[김채호 PD] 초등학교 조카가 친구를 만드는 방법을 물어봤는데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친구를 사귀는 게 자연스럽게 친해진 거라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방금 PD님 말씀해 주신 게 정답인데요. 보통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되는 거예요. 이게 자연스럽게 된다는 거는 공부를 해서 익힐 수 없다는 거거든요. 기억의 체계가 달라요. 내가 직접 해보고 연습해 보고 하면서 습득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친구를 사귀는 법은 가지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해요. 진화 인류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영장류를 제외하고는 어 이렇게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에 이렇게 긴 정체기가 있는 동물이 잘 없다고 해요.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서 아기에서 갑자기 성체가 됩니다. 근데 우리는 이제 아동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좀 긴 시기를 거치는 거죠. 그 시기 동안에 사실은 이제 우리가 사회생활을 배우고 사람들을 좀 파악하고 이 사람의 표정을 보고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좀 다가가야 되는지를 연습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연습을 해야 되는 시기에는 많이 분석을 해야 되잖아요. 이 사람의 표정을 보니까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나’ 이런 것들을 연습을 하려다 보면 이제 20대 중반까지는 뇌 영상 촬영을 해보면 누군가의 감정 표정을 보고 내가 분석을 할 때 이마 쪽에 전전두엽 피질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그만큼 빨리 우리 머릿속에서는 분석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근데 이십 대 중반이 넘어가면 사람의 얼굴 표정을 봤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전전두엽 피질이 아니라 측두엽 쪽 조금 뒤로 넘어간다는 거죠. 그것이 그만큼 자동화가 돼서 처리가 된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이십 대 중반 이후로는 사람을 좀 편견을 가지고 대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아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의 사람일 거야’ ‘이 사람 이런 표정을 지닌 것은 이런 감정일 거야’라고 이미 나에게 좀 습득이 된 상태이고 청소년기까지는 그런 것들이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좀 이해를 하기 위해서 그런 과정들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좀 알아채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유추하는 능력을 우리는 이제 마음 이론 혹은 정신화라고 하거든요. 근데 그것은 만 5세 이후에 성장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만 5세 이전에는 내가 이렇게 따돌림을 당했는지 저 사람이 날 싫어하는지 저 사람 마음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유추할 능력이 별로 없어요.

이제 만 5세가 지나면 다른 사람의 마음도 좀 유추하게 되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친구 사이에서 내가 조금 이제 뭐 따돌림을 당하거나 나만 소외당하면 굉장히 마음이 좀 고통스러울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제 청소년 시기에 친구 관계가 좀 어려워서 정신과로 오는 아이들이 요즘 많이 늘었어요. 저는 그 이유가 사실 최근 한 2년 사이에 우리가 비대면 수업을 너무 많이 했잖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얼굴을 보고 서로 같이 부대끼고 대화를 나누고 이렇게 익혀야 할 사교술이 2년이라는 시간은 그 짧은 청소년기 중에서는 굉장히 큰 비율인데 그 시간 동안에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서 힘든 아이들이 좀 많이 생기고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채호 PD] 다가가는 방법이나 이런 건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방법이라고 해야 될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아까 제가 말씀드린 로빈 던바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친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라고 물어보면 자기가 그냥 놀고 싶은 애를 다 친구라고 얘기를 한다고 해요. 근데 성인들은 그렇지 않죠. “저 사람 나랑 좀 맞을까?” “성향이 괜찮을까?” “저 사람은 뭘 좋아하지?” 이렇게 사전 조사를 하는데 아이들은 ‘쟤랑 좀 놀고 싶네’ ‘한번 놀아볼까?’ 이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리 뭔가 사전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우선은 다가가서 얘기를 나눠보고 같이 놀아보고 그런 경험이 중요한데 ‘어른의 방식’으로 접근하려다 보면 좀 어려울 수 있어요.

“이거는 이렇게 해라” 저 아이가 저런 표정을 가졌을 때는 “너는 이렇게 생각해 봐라” 하면 좀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우선은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고 같이 좀 즐겨보고 같이 밥도 먹어보고 하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진=유튜브 닥터DJ 캡처


[김채호 PD]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나에게 친구란?>
[시민1] 저한테 믿음을 줘야 되고
[시민2]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시민3] 제 말을 좀 잘 들어주고 공감을 좀 같이 해주는
[시민4] 내 편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이

사진=유튜브 닥터DJ 캡처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좋은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려면 나도 노력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우정의 토대가 되는 법칙에 대한 연구가 또 있어서 제가 가지고 와봤습니다.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섯 가지 핵심 법칙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그의 편을 들어준다 그럴 때가 있잖아요. 왜 그 사람이 없는데 이제 뭐 이렇게 살짝 그 사람에 대한 뒷담화가 나왔을 때 그 사람을 좀 옹호해 준다든지 그런 모습이 있어야 되고 그 사람과 중요한 소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 되고요. 감정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 그 사람이 좀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혹은 상처받았을 때 지원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신뢰하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되는 관계이고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그 사람이 요청하지 않더라도 도와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내가 노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채호 PD]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절교가 필요한 사람은?>
[시민1] 막 남 깎아내리면서 장난치는
[시민2] 겉과 속이 다른 그런 친구들
[시민3] 필요할 때만 찾는 친구

[김채호 PD] 손절 절교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물어봤는데 자신의 말을 깔보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들과 좀 멀어져야 할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말씀해 주신 게 딱 맞습니다. 실제로 관계 파괴에 대한 연구가 또 있어요. 근데 관계가 깨지는 11가지 이유를 제시를 하고 사람들에게 좀 선택을 해보도록 했는데요. 가장 많은 주요 요인이 세 가지였다고 합니다. 관심 부족, 소통 실패, 질투였대요. 그래서 애착 안정성이 낮은 사람들 그러니까 사람을 굉장히 잘 신뢰하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평소에 자신이 감정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늘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그런 분들은 관계에서 불안을 많이 느끼고 고독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서로 기대에서 좀 불일치가 되는 거죠.

관계 파괴 위험을 높이는 행동인데요. 만나기만 하면 불행을 토로한다든지 혹은 전화를 걸어서 시도 때도 없이 남 욕을 한다든지 또 힘들다고 하소연을 너무 심하게 한다든지 하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을 좀 지치게 하고 그래서 이제 만날 때마다 왠지 좀 지치고 그 사람의 불행이나 그 사람의 불만을 일방적으로 좀 들어야 하는 관계는 좀 거리를 두실 필요가 있다. 이렇게 저는 말씀을 드리는 편이고요. 또 반대로 내가 그런 모습을 가졌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렇다 그러면 이제 나의 행동이 누군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깨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나의 모습을 좀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내가 좀 좋은 친구를 계속 가져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채호 PD]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답게 절교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아름다운 절교 아름다운 이별 사실 좀 어렵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서서히 관계가 멀어져야 되는 거거든요. 그래야지 사실상 고통이 적은데 친밀한 관계일수록 또 믿고 신뢰했던 사람일수록 절교의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이제 반대로 굉장히 실망했거나 그 신뢰를 저버린 행동 때문에 굉장히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아름답게 서서히 멀어진다는 게 사실상 어려워요. 그리고 뇌에서는 우리가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와 정서적인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가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배신을 당하거나 혹은 상처를 받거나 했을 때 실제 몸이 아픈 것과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은 관계에서 거리를 둘 때는 내가 굉장한 상처를 받고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 나 역시도 화를 내고 분노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근데 이제 내 감정을 좀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럴 때 막 짜증을 많이 내거나 심하게 화를 내거나 뭔가 좀 앙갚음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격렬한 감정 표현을 좀 하지 않고 감정을 조금 보호하면서 관계를 좀 멀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저는 그렇게 말씀드리고 있어요.

[김채호 PD] 선생님께서 친구 관계에 대한 한 줄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어떨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좋은 친구를 사귀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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