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고수' 美 의원들 따라해볼까.. 이색 ETF 눈길

서혜진 2022. 9.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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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상임위 기업 주식에 투자 등
불공정 정보 우위 점한 것 착안
美 뉴욕 소재 신생 자산 운용사
티커명 NANC·KRUZ 상장 추진
낸시 펠로시·테드 크루즈 각각 지칭
연합뉴스
'주식의 여왕'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 따라 담아볼까.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의 개별 주식 소유 및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의원이 담은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뉴욕증시에 신규 출시될 예정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기업 관련 조사나 입법 등 내부정보를 활용, 사적인 투자수익을 추구해 이해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ETF가 출시될 경우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뉴욕 소재 신생 운용사 서버시브캐피탈어드바이저는 이달 15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언유주얼웨일즈 서버시브 민주당 트레이딩 ETF(NANC)'와 '언유주얼웨일즈 서버시브 공화당 트레이딩 ETF(KRUZ)'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티커명인 NANC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을, KRUZ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을 각각 지칭한다. 두 상품은 각각 500~60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운용 수수료는 연 1%로 책정될 예정이다.

미국 주식거래금지법에 따르면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1000달러 이상의 주식을 거래한 경우 관련 정보를 45일 이내 의회 사무처에 보고해야 한다. 의회 사무처는 거래내역을 의회 웹사이트에 공개한다. NANC와 KRUZ는 이렇게 공개된 종목 데이터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정치인들이 주식거래에서 불공정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당장 주식매매를 금지할 수 없다면 이를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식거래금지법이 있긴 하지만 의원들의 이해충돌을 막는 효과가 거의 없다. 주식거래 관련 보고를 하지 않거나 시일을 넘기는 등 법을 어겨도 벌금이 200달러에 불과하다. 상임위 업무에 속하는 기업의 주식매매를 금지하는 조항도 따로 없다.

민주·공화 양당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의원들도 주식에 투자할 권리가 있다"며 의원들에 대한 주식투자 규제 강화를 반대해왔다.

그러다 이해충돌 사건이 몇 차례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되자 올해 초부터 의원들의 모든 개별주식 소유와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이해충돌 문제의 중심에 있는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법안 마련을 지시했다.

펠로시 부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대적인 전기차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2020년 말 테슬라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펠로시의 남편인 폴 펠로시는 반도체 생산 확대 법안이 의회를 한창 달구고 있을 때 엔비디아의 주식을 대량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지난 15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연방 상·하원의원 5명 가운데 1명이 소속된 상임위원회 소관 업무와 직접 관련된 기업의 주식·채권에 투자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더욱 들끓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의원들의 주식투자 규제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올해 1월 실시한 여론조사애서 미국인들의 76%는 정치인들이 주식거래에 있어 대다수 불공정한 우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컨설팅업체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연구 책임자는 "NANC와 KRUZ ETF가 헤지펀드 거래를 추종하는 ETF와 유사하다"며 "의회 의원들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기 위해 잠재적인 전문 지식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월가에서는 이 ETF가 출시될 경우 당장 인기를 끌 수는 있겠지만 수익률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문사 ETF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시 대표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주식거래 능력에 대해 노골적인 기사 헤드라인이 나오지만 의회 의원 전체가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며 "ETF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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