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상환하고 은행대출 받는 기업 는다

김제관 2022. 9.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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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회사채 3년물 금리 급등
이달초 4.7% 돌파하기도
현대제철 2200억·한화 900억
SK하이닉스 1400억 등 상환
대기업 은행 대출잔액은
올들어 20조 넘게 늘어나
금리 불확실성 걷힐때까지
기업들 현금·대출로 버티기
회사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시중에 자금이 메말라 가자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까지 회사채를 상환하고 있다.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자비용 부담까지 커지자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루면서 회사채를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을 찾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19일 만기가 돌아온 2200억원 규모 신용등급 AA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한화도 지난 17일 만기가 돌아온 900억원 규모 신용등급 AAA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 에쓰오일이 각각 1400억원,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했다.

기업들의 일반 회사채 순상환은 지난 5월부터 시작돼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1조6282억원), 6월(-1조1675억원), 7월(-1조5000억원) 3개월간 회사채 순상환이 지속됐다. 8월에는 30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됐지만 신용보증기금에서 지원받는 6000억원 상당의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제외하면 8월에도 일반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달에 이미 한화, 현대제철 등이 대규모 회사채 상환에 나섰고, 미국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들까지 회사채를 상환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회사채 발행 담당자 중 상당수가 회사채 상환 이유로 하반기 경기 불황을 꼽고 있다"며 "예정된 투자 계획을 없애거나 내년으로 미루고, 확보한 투자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금을 마련하려고 계획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회사채 순상환에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금리 급등에 따른 회사채 시장 경색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초 4.7%를 돌파한 뒤 4.5%를 웃돌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예상외로 껑충 뛰자 투자 손실을 입은 기관 등 투자자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좋은 대기업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졌다. 문창권 한화투자증권 채권운용팀장은 "회사채를 발행해도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회사채 순상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이자가 더 저렴한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회사채 시장을 떠난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늘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상승해 은행의 대출 금리도 많이 높아졌지만 회사채보다는 사정이 낫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권 기업 대출 잔액은 1146조1000억원으로 8월에만 6조원 늘어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80조4000억원(7.6%)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8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늘어났다. 올해 1~8월 대기업 대출은 23조2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202조6000억원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말(179조3000억원) 대비 8개월 만에 20조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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