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답정너 플랫폼 규제 우려..이대로면 네·카·쿠·배·당 역차별"

최훈길 2022. 9.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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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플랫폼 자율기구 TF' 민간 위원들 공개 비판
관 주도 논의에 '무늬만 플랫폼 자율규제' 쓴소리
해외 빠지고 韓 기업만 규제받는 역차별 우려도
"민간 주도로 가고, 구글·메타도 자율규제 동참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답을 정해놓고 몰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규제혁신포럼이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플랫폼 자율규제의 답을 찾다’ 세미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정부는 민간이 앞에서 이끌고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플랫폼 자율규제를 예고했다. 하지만, IT 현장에서는 과거 정부 때처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방식의 관(官) 주도 규제에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관 주도 논의에 ‘무늬만 플랫폼 자율규제’ 비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기업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태스크포스(TF)’를 지난 7월 발족했다. 네·카·쿠·배·당(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 국내 IT 플랫폼 기업도 TF에 참여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자율규제 방향·대상·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TF가 발족했을 당시 업계는 과거 정부와 다른 행보를 기대했지만, 현재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TF 위원인 계인국 고려대 교수는 “지금은 국가가 기업을 불러놓고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의견부터 듣고 조율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자율규제를 이행해야 하는 플랫폼 기업 입장부터 충분히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이 아닌 정부주도로 갈 경우 IT 산업의 특성이 무시된 채 ‘무늬만 자율규제’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계 교수와 함께 TF 위원을 맡고 있는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도 “해외를 보면 변화하는 산업에 일률적인 규제를 하면 실효성은 떨어지고 갈등은 커졌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국의 디지털 광고 연합(DAA)은 자발적 자율규제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추진했다.

관(官) 위주로 규제가 마련될 경우 네·카·쿠·배·당 등 국내 플랫폼 기업만 힘들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TF 위원인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자율규제 역차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 가이드라인을 밀어붙이면, 구글·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해외 기업은 이를 지키지 않고 국내 기업만 족쇄를 거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규제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플랫폼 자율규제의 답을 찾다’ 세미나에서 “기존의 규제 위주의 법안 내용대로 가면 너무 많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산업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민간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자율규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민간 주도로 가고, 구글·메타도 자율규제 동참해야”


TF 위원인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글로벌 시각으로 플랫폼 시장을 보고 자율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관성적인 규제 행태·절차대로 가면 우리 플랫폼 기업만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융합미디어콘텐츠정책전공 교수도 “구글·메타 같은 해외 기업이 자율규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자율규제가 될 것”이라며 “자율규제안을 마련하면 우리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는 해외 사업자도 당연히 들어와 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자율규제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우선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부터 민간 중심으로 갈 것을 제기했다. 김현경 교수는 “온라인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정부 주도형 자율규제기구로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한국온라인쇼핑협회(KOLSA)과 같은 위상·요건을 가진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기존의 규제 위주의 법안 내용대로 가면 너무 많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산업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자율규제 논의가 과거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외국의 플랫폼 규제가 규제 대상을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율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자율규제의 논의가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이라는 강제 규제 선상에서 방법만 바뀌면 안 된다”며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무엇을 왜 하는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먼저 하고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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